한강이 '헬강'으로 불리는 까닭은 (下)

입력 2015-09-07 15:36  


(박상익 문화스포츠부 기자) 자전거 사고의 상당수는 자전거끼리 발생합니다. 최근 한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10~20대 사이에 고정기어 자전거(픽스드 바이크, 픽시)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자전거는 기어가 없어 페달을 멈춰야 제동이 됩니다. 하지만 발로 바퀴를 멈추는 것은 매우 힘들기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전거 브레이크가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미끄러트리며 세우는 기술(스키딩)이 멋있다며, 브레이크를 따로 달면 멋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픽시 이용자 중에선 브레이크가 없는 상태로 달리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이럴 경우 일반 자전거보다 제동거리가 늘어나 충돌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스키딩 자체도 보행자나 다른 자전거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운전자를 추월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지나갑니다”라고 외치거나 벨을 울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도로 폭이 좁아서 서로 양보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지나갑니다”를 외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폰을 꽂은 사람들은 주변에 누가 접근하는지 알기 어려워 뒷자전거와 충돌하기 쉽습니다. 물론 추월하다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뒤에서 오던 자전거가 더 큰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어폰을 꽂고 달리면 주변 상황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습니다.

자전거를 보다 본격적으로 타는 사람들은 집단을 이뤄 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10명 이상씩 그룹을 만들어 달리는 사람들은 그저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됩니다. 시속 30km/h 이상으로 달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한꺼번에 추월을 시도하면 더욱 사고 위험이 높아지지요.

좁은 자전거 도로에서 2열 주행을 하며 도로를 점유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혼자 달린다 하더라도 사람들과 자전거가 많은 한강공원에서 무리하게 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가는 자전거가 늦게 간다고 뒤에서 짜증을 내거나 공기 저항을 줄이겠다고 모르는 사람 뒤에 바짝 붙어가는 모습은 볼썽사납습니다.

'헬강'의 진면목은 밤에 드러납니다. 한강 자전거도로는 일반 자동차도로보다 가로등 수가 적고 밝기도 낮아 좀 더 조심스러운 이용이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물품이 전조등과 후미등입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다 보면 맞은편이나 뒤에서 아무 말 없이 휙 지나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아무런 등화장치를 달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어폰 사용+헬멧·전조등·후미등 미사용+과속을 한 번에 해내는 ‘진상’ 자전거 이용자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교육 부재입니다. 자전거는 탈 줄 알고 자전거를 살 돈만 있으면 이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자전거를 살 때 안전 교육은 거의 없으며, 학교에서 제대로 된 자전거 교육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관련 법규 미비로 위험한 자전거 이용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전거 정책을 맡고 있는 행정자치부는 지난 5월 ‘자전거길 안전지킴이단’ 발대식을 열고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와 ‘안전한 자전거타기 5가지 약속’을 주제로 한 자전거안전 캠페인을 연중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5가지 약속에는 ▷과속금지 ▷음주금지 ▷헬멧착용 ▷이어폰사용금지 ▷야간 안전등 켜기가 들어 있습니다.

사실 이것만 지켜도 한강 자전거 사고는 크게 줄겠지요. 문제는 이런 내용을 홍보, 계도하는 사람들을 보기 드물다는 점입니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주 모이는 안양천 합수부, 탄천 합수부, 잠수교 인근 등에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알리는 안내판 같은 것도 볼 수가 없습니다. 자전거 활성화와 함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것이 자전거 안전이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끝)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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