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위기'의 승자는 한국인가

입력 2015-09-07 15:56  


(이심기=뉴욕 특파원) “중국발 위기의 승자는 한국이다.”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 당국자가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일 글이 최근 블룸버그에 실렸습니다(사진 참조). 주인공은 아시아·태평양을 담당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입니다. 그는 2010년 미국 비즈니스 뉴스 편집 및 기자협회(SABEW)로부터 ‘올해의 논평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가입니다.

그는 블룸버그에 올린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big slow down)의 승자(winner)’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과 필리핀을 승자로 꼽았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의 경기둔화로 신흥국이 암울한 시기를 맞고 있는 와중에도 반짝이는 등불과 같은 존재라고 극찬했습니다. 지난달 신흥시장에서 2조7000억달러(24일 기준)의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외환시장이 출렁거리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충격을 받았지만 한국은 이같은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대피처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아시아 국가중 상당수가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거나 중국의 내수시장에 의존하면서 “모든 아시아 국가는 위험하다”며 도매금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똑똑한 투자자들은 한국처럼 위기의 확산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펀더멘탈을 갖고 있는 개별국가를 골라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투명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은행 등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키웠으며, 국가재무제표도 건강하게 관리하면서 합리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말레이시아의 통화가치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17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행정부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과 대조적이라는 비교도 곁들였습니다. 한국의 원화가치는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신흥국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의 국채는 오히려 가격이 상승(금리하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채의 외국인 투자비중은 45.4%로 1년 전의 41.8%보다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페섹은 이런 이유로 한국은 이제 신흥국이 아닌 선진국으로 간주해야 할 시기가 됐는지도 모른다며 한국이 이룬 경제적 성과가 해외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과찬이라구요? 페섹이 쓴 다른 글을 보면 그는 한국에 대해 듣기 좋은 말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한 것이 재벌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폐섹의 글처럼 한국이 이번 중국발 위기의 승자라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입니다. 칼럼에 달린 댓글도 페섹의 분석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이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며 페섹은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페섹도 노련한 저널리스트답게 한국의 펀더멘탈이 탄탄하지만 4580억달러에 달하는 가계부채 리스크는 크다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뒀습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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