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산업부 기자) 요즘 지하철에 타면 ‘클래시 오브 클랜(클오클)’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귀여운 캐릭터, 네트워킹 개념의 도입, 대대적인 TV 광고… 인기를 끌 만한 여러 요소들이 있습니다. 이 귀여운 게임을 만든 건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요? 미국? 일본? 한국? 중국?
아닙니다. 핀란드입니다. ‘수퍼셀(SUPERCELL)’이라는 회사가 만들었는데, 헬싱키에 본사가 있습니다. 핀란드 게임회사라고 하면 우리 모두 잘 아는 또 다른 회사가 있지요.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ROVIO)’입니다.
두 회사는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깝습니다. 헬싱키는 핀란드의 남쪽 끝에 있는데, 그 헬싱키의 중앙역에서 약간 남서쪽에 수퍼셀이 있고 거기서 호수를 건너가면 로비오가 있지요. 둘 다 Espoo라는 지역이고, 차로 10분 정도 거리(7.6km)입니다. 수퍼셀 본사는 원래 노키아 본사였는데 노키아가 2012년 경영난으로 1억7000만유로 정도에 매각했고 지금 수퍼셀이 쓰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둘 다 핀란드 게임회사로서 세계적인 히트를 친 제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운영 전략은 상당히 다릅니다. 앵그리버드의 로비오는 인원을 많이 고용해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하는 반면, 클래시 오브 클 @?수퍼셀은 돈을 많이 벌면서도 인원을 거의 늘리지 않고 최소한의 규모로 회사를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작은기업 지향 수퍼셀, 시스템 지향 로비오
로비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직원 수는 약 700명 가량입니다. 작년 말에 140여명을 구조조정했는데 다시 그 정도 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언급된다는군요. 그래도 500여명 정도는 될 것이라니 인원이 적지는 않습니다. 이 가운데 개발자는 200~25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나머지는 관리자 등이겠지요. 그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 노키아 실직자들이 많이 영입됐고, 이들이 노키아식의 대기업 운영 시스템을 도입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수퍼셀은 152명(2014년)입니다. 훨씬 작죠. 수퍼셀은 의도적으로 ‘작은 기업’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이들은 스스로 “우리는 최고의 성취는 모든 개별 멤버들이 자기 하는 일에 열정적인 작은 팀에서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http://supercell.com/en/our-story/)며 ‘작고 독립적인 세포(팀)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워낙 수퍼셀이 압도적입니다. 지난해 15억5000만유로(17억달러)를 벌었습니다. 환율 계산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전년 대비 거의 3배 수준이라고 합니다.(http://venturebeat.com/2015/03/24/clash-of-clans-developer-supercells-revenues-tripled-in-2014/) 이익률은 약 33% 수준(5억6500만달러)으로, 2013년(2억6700만달러)의 두 배를 약간 웃돌았습니다.
영화 ‘테이큰’의 주연 리암 니슨이 나오는 수퍼볼 광고(http://supercell.com/en/games/clashofclans/#videos)를 비롯해서 TV 광고를 엄청나게 때린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그 이상으로 벌어들이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군요.
(수퍼셀이 이렇게 싹수가 있는 것을 눈여겨 본 일본 소프트뱅크가 21억달러를 들여 이 회사 지분 51%를 사들였기 때문에, 수퍼셀은 지분으로만 보면 일본계 기업이 된 셈입니다. 물론 문화 자체가 바로 일본식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요.)
◆매출 10배 수퍼셀, 직원수는 로비오 5분의 1
반면 로비오는 아무래도 앵그리버드가 요새 하락세다 보니 실적이 별로 안 좋습니다. 지난해(2014년) 기준 전년 대비해서 매출(1억5830만유로)은 9% 감소했습니다. 이자 및 법인세등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3900만유로에서 1700만유로로 절반 이하로 확 줄었네요.
로비오도 나름대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앵그리버드2가 나오고, 디즈니에서 앵그리버드를 테마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서 내년 5월 상영 예정이랍니다. 또 앵그리버드 외에도 로비오스타, 퍼즐게임 등 다른 종류의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중입니다. 현재 30~40% 수준인 앵그리버드의 매출 비중을 20~30%로 떨어뜨릴 계획이라는군요.
어쨌든, 비슷한 나라의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데도 이렇게 대조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노키아의 유산이 로비오 같은 작은 회사로 퍼져나갔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노키아 문화 전파, 약일까 독일까
로비오가 잘 나가던 2013년 무렵엔 ‘노키아의 몰락이 많은 스타트업의 시작이 되면서 핀란드의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데 역할을 했다’(http://mashable.com/2013/11/18/collapse-nokia-next-silicon-valley/)는 긍정적인 면모가 주로 강조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중간 관리직의 증가 등 다소의 부작용(?)도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 간부가 퇴직 후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한 셈이네요.
두 회사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떨까요? 수퍼셀의 승승장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가 되면서, 어떤 종류의 변화가 있을까요? 로비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성공할까요?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이슈인 듯 합니다. (끝)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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