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도원 기자 ] “세무서에서 증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추징금을 물렸습니다. 회사도 직원 비리의 피해자인데 말이죠.”
한국공항 관계자는 조세심판원이 지난 7일 회사에 대한 세무서의 추징금 부과를 전액 취소시킨 것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서세무서와 경기 부천세무서는 지난해 6월 항공운송 물류업체인 한국공항에 법인세 및 증여세 추징금 450억원을 부과했다.
추징금 부과는 한국공항 전 직원이 회사 주식을 빼내 20억원의 거래 차익을 얻은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공항은 지난해 전 자금 담당 직원 정모씨가 2004~2005년 회사 소유의 계열사 주식 759억원어치를 몰래 사고판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검찰은 그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문제는 정씨의 진술이었다. 정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회사 지시로 주식을 사고팔았다”고 주장했다. 세무서는 회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정씨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국공항이 정씨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해 거래한 뒤 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회사에 추징금을 부과했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회사에서 명의를 신탁했다면 정 씀?검찰에 고소했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세무서의 추징금은 정씨가 실제로 챙긴 이익에 각종 명목의 가산세가 붙어 무려 450억원에 달했다. 한국공항 연간 영업이익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였다. 한국공항은 일단 추징금을 납부하고 조세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에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정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씨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조세심판원은 이 같은 점 등을 참고해 세무서의 추징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세무서 측은 이번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렇게 얼버무릴 일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횡령을 당한 피해 기업에 ‘탈세’라는 굴레를 씌운 것은 세무당국의 선의를 참작한다 하더라도 극히 잘못된 징세행정이다. 그동안 합리적인 세무조사를 거듭 강조해온 국세청장은 이번 패소의 전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2, 제3의 한국공항 같은 기업이 안 나올 것 아닌가.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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