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 5일새 1500만뷰…웹 예능이 뜬다

입력 2015-09-08 18:37  

유재혁 전문기자의 문화산업 리포트

CJ E&M 나영석 PD, 모바일·인터넷 영상사업 도전
광고만으로 순익 실현…웹 콘텐츠 새 수익모델 부상



[ 유재혁 기자 ] 광고 수입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순이익을 실현한 웹 콘텐츠가 국내 처음으로 탄생했다. 나영석 CJ E&M PD가 연출한 웹 예능 ‘신서유기’다. 이승기 등이 중국 시안을 4박5일 동안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신서유기는 지난 4일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10분짜리 5편이 처음 공개됐다. 시청자가 몰리면서 8일 오전 누적 1500만뷰를 돌파했고, 10일 손익분기점인 2000만뷰를 넘어설 전망이다.

CJ E&M과 네이버는 한 달간 매주 금요일 4~5편씩 추가 공개할 예정이어서 최종 1억뷰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 수익은 클릭 수에 따라 양측이 나눈다. 미국에서는 2012년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성공한 뒤 ‘마르코폴로’ 등 수많은 웹 콘텐츠가 대박을 거뒀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는 광고 외에 협찬과 판권 수출 등을 보태 극소수 성공 사례가 나왔을 뿐이다.

CJ E&M 고위 관계자는 “시청자 수가 예상을 크게 웃돌아 수익을 빨리 거두게 됐다”며 “방송 광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바일과 인터넷 광고 수입만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탄생함으로써 콘텐츠시장이 급속히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이용자가 전체의 56%로 PC보다 많았다. 여성 비중(55.6%)이 남성보다 컸다. 특히 점심시간인 4일 낮 12시~오후 1시 사이에 가장 높은 재생 수를 기록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웹 예능’은 콘텐츠를 제작한 방송사와 이를 공개한 플랫폼 모두에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올랐다. 방송사는 적은 제작비로 콘텐츠를 빨리 제작해 모바일에 먼저 선보인 뒤 방송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업모델을 얻게 됐다. 네이버는 국내 동영상시장에서 미국 유튜브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내 동영상시장 점유율은 유튜브가 40.3%로 압도적이다. 네이버는 14.1%, 페이스북은 12.8%다. 네이버는 TV캐스트 투자를 늘린 덕분에 올 들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이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신서유기가 성공한 것은 ‘스타 PD’ 나영석의 새로운 도전이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우선 이승기를 제외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등 최근 하락세를 보이거나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을 기용해 출연료를 낮추고 제작비를 줄였다. 제작진은 일부 멤버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서유기’ 구조와 맞물리도록 이야기를 꾸몄다. 이수근은 죄를 지은 손오공, 은지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오정, 강호동은 뚱뚱한 저팔계, ‘완벽남’ 이승기는 삼장법사로 소개했다.

무엇보다 ‘예능은 87분’이라는 공식을 解?모바일로 보기 편하도록 다섯 편의 영상으로 나눠 공개한 것이 주효했다. 영상마다 주제와 내용을 달리하며 재미를 유발했다. 방송물에서보다 노골적인 대사도 담아냈다. 가령 이승기는 “얼마 전 사주를 봤는데 내년 운이 좋으니까 군대 가는 것을 미루라고 했다”며 “내가 군대에 가거나, 교도소에 가거나 둘 중 하나로 갈 것 같다”며 시청자를 웃겼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해 운영하는 CJ E&M의 이명한 tvN 본부장은 “예능 프로그램이 한층 발전한 포맷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TV를 벗어난 웹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브랜드 파워를 확장했다”고 말했다.

유재혁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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