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허리띠 졸라맨 로펌들, 성과 낮은 파트너 배당 줄인다

입력 2015-09-08 18:52  

바른, 실적 연동형 강화 검토
연공서열 따른 배당 줄일 듯
정년제 강화에 고문 전환 늘어

한국로펌들, 1인당 수익성 낮아
구조조정 흐름 지속 전망



[ 양병훈 기자 ] 법무법인 바른은 오는 14일 파트너변호사(로펌의 주주 격) 회의를 열고 내부 배당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바른의 지분파트너(월급이 아닌 로펌 실적에 따라 돈을 받는 사람)는 지금까지 실적에 연동되는 ‘자기배당’과 실적과 관계없이 주는 ‘공동배당’ 두 가지 형식으로 돈을 받았다. 각 변호사가 벌어온 돈의 11%를 공동배당을 위한 풀에 넣은 뒤 모두 똑같이 나눠가졌는데 이 비율을 9%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동배당 금액이 크면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가 못 버는 변호사의 월급을 보조해주는 셈이 되는데 이를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들이 고참급 파트너변호사의 인력비용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급증함에 따라 이런 시도는 최근 수년간 계속돼왔는데 최근 들어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더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바른처럼 연공서열에 따른 배당을 줄이고 실적에 연동되는 배당을 늘리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 로펌 변호사 A씨는 “상당수 로펌에 아직 연공서열식 배당 구조가 남아 있어 일을 적게 하면서도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이 있다”며 “이를 어떻게 합리화할지가 대형 로펌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 B씨는 “연차에 따라 상승하는 배당액이 대형 로펌 가운데 가장 컸는데 갈수록 이를 줄이고 성과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년제도도 고참급 파트너변호사의 인력비용을 줄이는 데 자주 이용된다. 국내 대형 로펌의 파트너 정년은 대부분 60~65세에 분포해 있다. 정년을 60세로 두고 있는 대형 로펌 변호사 C씨는 “60세가 넘어도 젊은 변호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은 계속 현역으로 남지만 그게 안 되면 고문으로 신분을 바꾼다”며 “고문이 되면 가져가는 돈이 줄어들어 실질적으로는 임금피크제 형태를 띠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 D씨는 “예전에는 정년이 있어도 확실히 지키지 않았는데 갈수록 지키려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별도의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파트너변호사 지분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건에 들이는 시간에 따라서만 돈을 받는 구조다. 일을 하지 않아도 기본으로 배당되는 돈은 없다.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거나 사건 서류를 보는 데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면 로펌에서 받는 돈이 0원이 될 수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령 등의 이유로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면 받는 돈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나가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일찍 경쟁에 노출된 영미계 로펌에 비하면 아직 한국은 파트너 1인당 수익성이 낮은 편이어서 이런 구조조정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10대 대형 로펌의 파트너 1인당 매출이 적은 곳은 3억원에서 많은 곳은 6억원 정도(2013년 기준)로 추정된다.

미국 법률전문지 아메리칸로이어에 따르면 영국계 로펌 ‘애들셔고다드’가 2013년 파트너 1인당 매출에서 약 6억6800만원을 기록했는데 글로벌 로펌 가운데 100위였다. 1위에 오른 미국계 ‘왁텔 립턴 로젠 앤드 카츠’는 약 52억700만원으로 한국 로펌과 큰 차이가 난다. 한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파트너 1인당 매출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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