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쳤다. 난민 지옥으로 변한 중동에 최악의 모래폭풍이 불어닥쳐 이틀 만에 사상자가 1000명을 넘었다. 그 바람에 반군이나 정부군의 전투도 멈췄다. 봄철에 흔한 모래폭풍이 늦여름에 닥친 건 이례적이다. 그 와중에 에게해와 지중해에서는 또 다른 주검들이 파도에 떠밀려 오고 있다.
끝없는 비극 앞에 세계인의 고민도 깊다. 가장 큰 고민은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경제·사회적 이해관계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알 수 없다. 난민들의 주요 발원지는 시리아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다. 이들을 반기는 곳은 없다. 경제 사정이 나은 독일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이 빗장을 지른다. 그들도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오갈 데 없는 난민들의 처지야 딱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모두들 난민 중에 이슬람국가(IS) 테러 분자들이 섞여 들어올까봐 겁을 낸다.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프랑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기독교인 난민만 골라 받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슬림들이 새 정착지의 문화와 관습에 동화하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관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인근의 걸프 산유국들도 몸을 사리긴 마찬가지다.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에는 시리아 난민 정착촌이 없다. 이 역시 테러 조직원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돈은 얼마든지 내겠지만 난민은 못 받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미국 또한 9·11 테러의 트라우마가 깊어 난민 수용에 미온적이다.
서구 열강에도 책임이 있다. 미국 영국 등은 시리아 정부군 편을 든 러시아와 이란을 비판하고, 러시아 중국은 미국의 실패한 중동정책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걸프 국가들은 양쪽을 싸잡아 원망한다. 다양한 부족과 종파들의 내부 혼란에 외세 간섭까지 맞물려 있다. 미국이 풍부한 셰일가스 때문에 중동에서 눈을 돌리고 경찰국가 역할에서 손을 뗀 게 최근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동은 주요 종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발원지다. 인종과 언어가 다양해 서로 반목한다. 그래서 늘 위험한 화약고다. 뒤늦게 오일머니를 만졌지만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기반은 취약하다. 쿠데타와 독재, 권력 세습, 부패가 만연하다. 고질적인 대립과 분쟁 속에서 모두가 헐벗고 툭하면 싸운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땅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안타깝지만 출구 없는 이 슬픔의 긴 사연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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