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시밀러 안전성 입증…세계 시장 주도할 가능성 높다"

입력 2015-09-09 18:24   수정 2015-10-01 17:48

케빈 파일 아시아태평양류머티즘학회장


[ 이지현 기자 ] “의료인이라면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

9일 아시아태평양류머티즘학회(APLAR)가 열린 인도 첸나이의 ITC 그랜드촐라호텔 콘퍼런스룸. 유럽 류머티즘 치료 기준을 세운 오스트리아 빈의대 요셉 스몰렌 박사는 단호한 어조로 인도 등에서 유통되는 인텐디드 카피약(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바이오시밀러)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수십명의 인도 의사와 제약사 관계자가 듣고 있었지만 그의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세계 류머티즘내과 의사 4000여명이 모인 이번 APLAR 행사기간(6~9일) 내내 이런 발표가 이어졌다. 국제행사에서 인텐디드 카피약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는 60여개. 한국에서 승인받은 제품(5개)의 12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상당수 바이오시밀러는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인텐디드 카피약으로 판단한다. 이들 제품은 관련 규제가 느슨한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국제 류머티즘 교과서를 쓴 몰튼 셰인버그 브라질 파라나주립대학 류머티즘내과 교수는 “멕시코에서 인텐디드 카피약을 쓴 뒤 알레르기성 쇼크로 병원에 실려 온 환자가 있었다”며 “이보다 많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는 인도지만 인도산 바이오시밀러의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셰인버그 교수는 “닥터레디 등 인도의 일부 제약사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임상시험을 하려고 시도조차 않는다”며 “이들은 세계 의약품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 유럽은 물론 브라질 아르헨티나에도 진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산 바이오시밀러는 까다로운 허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국제의약품규제자포럼(IPRF)의 아시아 의장국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도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EMA 허가를 앞두고 있다.

케빈 파일 APLAR 회장은 “한국기업의 바이오시밀러 등 정확한 기준과 데이터가 있는 제품은 상당히 가치가 있다”며 “안전한 데다 오리지널보다 저렴해 환자와 건강보험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첸나이=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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