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진 서울도서관 사서
다섯 살 때 두 다리·한쪽 팔 잃어…마라톤 완주·장애인 수영 금메달
신상목 외교관 출신 우동집 주인
직업 선택, 안전한 나무 찾기보다 자신의 날개를 튼튼히 하라
[ 최승욱 기자 ]
“(자신의 인생에) 한계를 긋지 마세요. 꿈을 갖고 도전하면 이뤄집니다.”
지난 8일 오후 3시10분 경기 파주시 문산행복센터 대공연장. 다섯 살 때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와 오른팔을 잃은 신명진 서울도서관 사서(38)는 조만간 전방철책에서 경계임무를 맡을 제1보병사단 마정대대 장병 450여명에게 이같이 강조했다.
신 사서는 육군본부와 한국경제신문이 각각 주최, 후원하고 사단법인 행복의나무가 협찬한 ‘1사1병영 육군토크콘서트 생.동.감’에 강사로 나와 한강을 헤엄쳐 건너고, 산에 오르고, 올레길 주변 텐트 안에서 라면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어 바지를 벗고 의족으로 무대에 선 뒤 “무릎이 하나뿐이어서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넘어지기 일쑤지만 끝내 백두산에 오른 뒤 천지를 내려보며 ‘세상이 작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에 수영을 한다고 하니 남들이 ‘빠져 죽으려고 그러냐’며 말렸지만 결국 끊임없는 도전 끝에 인천시 대표로 장애인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고 전하자 장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신 사서는 장병들에게 꿈을 이루는 원칙을 제시했다. 꿈을 꾸고, 꿈을 적고,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 비장애인보다 조금 못해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을 다니던 중 다른 장애인이 계단에서 휠체어를 끌어올리는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했다.
신 사서는 뉴욕마라톤에 참가해 열 시간 걸려 완주했고 ‘지금 행복하세요’라는 책도 썼으며 TV 출연과 결혼이란 꿈도 이뤘다고 소개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꿈은 평등하다”며 “남들처럼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군에 복무하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꿈을 꿨으면 한다”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신 사서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다른 연사는 1996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서 16년간 근무한 뒤 2012년 사직하고 우동집을 차려 화제를 모았던 신상목 기리야마 본진 대표(44)였다. 신 대표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서울핵안보정상회의의 실무책임자로 일하며 보람을 느끼고 외교관으로서 호사도 누렸다”며 “불혹의 나이를 지나면서 반복적이고 실책만 줄이려는 공무원 생활이 싫어져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장병들에게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행복과 만족을 줄 직업을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새가 나뭇가지에 안심하고 앉는 것은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전역 후 직업을 선택할 때 부러지지 않을 나뭇가지를 찾는 데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의 날개를 튼튼히 하는 데 더 신경썼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을 습관화한다면 어떤 목표도 성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2시간40분에 걸쳐 열린 행사에선 ‘스위치’ ‘투엘’ 등 걸그룹과 댄스그룹 ‘얼루어’, 조세윤 전자바이올리니스트 등이 출연해 열정적인 공연을 펼쳐 장병들의 사기를 높여줬다.
파주=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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