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손실 '나 몰라라'…조선 3사 노조 공동파업

입력 2015-09-09 18:45  

노조원 지지 못받은 '반쪽 조선 3사 파업'

현대차 노조도 파업 가결



[ 김보라 / 강현우 기자 ]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노조가 9일 공동파업을 강행했다. 이들 3사는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8조원의 적자를 냈다.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올려달라는 게 이들 노조의 요구다.

현대중공업 등 3사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였다. 조선사 노조가 결성한 조선노조연대에 소속된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신아sb 노조는 불참했다.

상당수 노조가 파업에 불참함으로써 사상 첫 공동파업의 파장은 약해졌다. 이날 파업 집회에는 2100여명이 참가했다. 전체 조합원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평균 8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조선사 노조가 조선업이 최악의 불황에 빠진 것을 무시한 채 공동파업을 벌인 것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에 참가한 3사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까지 약 8조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보다 50%가량 줄어 하반기에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파업에 참가한 노조는 임금 12만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파업 참가자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파업을 부추겼다.

노조 집행부의 강경 노선은 조합원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잃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장 조합원 정서를 무시한 명분없는 파업으로 현 노조 집행부의 향후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협력업체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모기업 생산 공정이 멈추면 중소 협력사는 줄줄이 일손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은 “조선업종 모두가 힘든 시기에 파업만은 자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대중공업 임직원은 현재 2만7000여명이지만 300여개의 사내 협력사 근로자는 이보다 많은 3만9000여명에 달한다. 사외 협력사는 1~3차를 합치면 근로자만 약 15만명이다.

이 가운데 조선노조연대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노조연대와 공동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두 노조연대는 오는 17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공동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임금피크제 등에 대해 반대한다는 주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노조연대에는 현대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 등 그룹 18개사 노조가 속해 있다. 두 노조연대의 핵심인 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차 노조는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두 노조의 공동 투쟁은 계열분리 전인 1993년 공동파업 이후 22년 만이다. 이후 현대중공업 노조에 합리 노선 집행부가 들底??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하면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당선된 강성의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현대차 노조에 연대를 요청하면서 공동 행동 방안을 찾아왔다. 조선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먼저 힘을 보태 달라고 제안했고 통상임금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저지 등 현안이 있는 현대차그룹 노조 연대회의가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 파업을 가결했다.

김보라/강현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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