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로 자기자본 3조7000억
국내 3위 증권사로 올라서…대우증권 인수땐 단숨에 1위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본격화
[ 민지혜 기자 ] 미래에셋증권이 9일 ‘100% 유상증자’를 전격 결정한 것은 대형 투자은행(IB)을 향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사진)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자산운용부문에 국내 정상급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지난 7월 미래에셋생명 상장까지 마무리한 만큼 이제 글로벌 증권사로 도약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은 또 이번 증자를 통해 조만간 매물로 나올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본격 뛰어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자기자본 4조3000억원대의 국내 2위 증권사를 인수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사 모두에 강점이 있는 글로벌 영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자기자본이 7조9000억원에 달하게 돼 현재 1위인 NH투자증권(4조4900억원대)을 크게 앞지른다. 당분간 증권업계에 이 정도의 대형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미래에셋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KDB대우증권 지분(43%) 가치는 장부가 기준 1조7000억원 안팎으로 산은자산운용(634억원)과 패키지로 매각될 경우 예상 매매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자기자본 확충을 결정했다”며 “국내외 증권사를 포함한 다양한 인수합병(M&A) 기회도 적극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인수 후보로는 KB금융지주와 중국 금융그룹인 시틱(CITIC), 한국금융지주 등이 거론된다. 산업은행은 KDB대우증권 매각 방안을 확정해 다음달 초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다.
미래에셋은 또 3조7000억원대의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대형 IB의 전유물인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 업무를 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회사는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는 5곳밖에 없다. 이들 증권사는 2011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획득, IB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자산운용의 노하우를 IB사업에 접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동안 자산운용에 치중한 나머지 미래의 먹거리인 IB부문에서 한발 뒤처졌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유상증 米?인한 신규 발행 주식 가운데 14%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86%는 기존 주주에게 돌아간다. 유상증자 이후에는 전체 주식의 30%에 해당하는 2637만5165주를 무상증자해 기존 주주와 유상증자 참여 주주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 청약일은 오는 24일, 구주주 청약일은 11월4~5일이며 신주 상장일은 11월19일이다.
■ 프라임브로커리지
헤지펀드 운용과 성장에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대차, 컨설팅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만 허용돼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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