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력저장이 가격 급락 및 신규 시장 개화와 경쟁 가열로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휴대용 기기 및 전기차에 주로 채택되는 리튬이온 전지가 그 중심에 있다. 지난 4월 말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테슬라의 저가 전지 출시 발표가 전력저장 시장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전력서비스 기업뿐만 아니라 수요관리 세계 정상급 기업들이 테슬라 전지팩 주문 대열에 합류했다. 유수의 시장 조사기관들은 시장 전망치를 발 빠르게 고치기도 했다. 앞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전기차용 전지 가격이 2005년 ㎾h당 1500달러를 웃돌았으나 이제는 300~400달러로 하락했다. 테슬라가 제시한 가격이 적게는 ㎾h당 250달러 수준이어서 전지 혹은 전력서비스 관련 기업들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2020년대에는 ㎾h당 100달러 시대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전력저장용 전지는 전기차용과 비교해 에너지 밀도 측면의 제약이 덜하다. 그리고 리튬이온 전지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다양한 솔루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향후의 전력저장용 전지 경쟁도 점입가경일 것이다.
전력저장은 미래 전력망과 전력 소비 환경을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전력저장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미래 전력망과 소비 환경 마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정책, 기술 등 다양한 요인이 전력저장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전력저장 설치 비용의 수준에 따라 그 파급효과가 단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향후 5년 내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전력저장이 결합한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태양광 발전과 전력저장이 결합하더라도 전력 공급 단가가 태양광 발전 단독 대비 ㎾h당 5~10센트 높아지는 수준이다. 일부 독일 등 전력 요금이 높은 지역에서는 2~3년 후면 전지를 붙이더라도 충분히 경제성을 가지게 되리라는 예측이다.
또한 정책이나 금융과 연계한 다양한 전력거래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력저장 설치 비용이 더욱 하락하면 신규 피크발전소는 물론 나아가 대형 화력이나 원전 수요 감소도 가능할 것이다. 전력서비스산업의 구조 개편도 본격화될 것이고, 전지 가격 하락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수급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이동형 전력저장 장치로 볼 수 있다. 전력의 주요 소비 단말의 하나로 부상함과 동시에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한 공급원으로도 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전력저장은 신재생에너지원의 확대는 물론 분산형 마이크로그리드 확산의 촉매로 작용한다. 기존 중앙집중형 체제는 저장이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장이 시공간적인 전력 수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잉여 전력을 주변 시장에 거래함은 물론이다. 소비자들이 저장을 통해 공급자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 또한 저장에 기대하는 바다. 소비자들은 보다 분산되고 독립적인 형태의 에너지 생태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력저장의 경제성은 장치의 가격 수준 외에 전력 가격 체계와 구조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지역별로 상이한 제도와 정책 여건에 따라 전력저장이 가진 잠재력이 나타나는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독일의 자가소비용 태양광 연계, 미국의 빌딩용, 한국의 주파수 조절용 등의 시장 형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수급 여건이나 경제 상황, 소비자들의 참여와 인식 등도 전력저장 및 관련 산업 변화에 영향을 더할 것이다. 전력망이 고도화된 지역에서는 전력저장이 수급 전체의 효율화 및 지능화와 맞물리면서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의 기회 선점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연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