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환경변화로 동·식물 서식지 파괴 가속
사이언스 "100년 뒤 생물종 70% 사라질 것"
[ 박근태 기자 ]
최근 미국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는 6500만년 전 공룡시대가 끝난 이후 동물 멸종 속도가 가장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2200년이면 양서류의 41%, 조류의 13%, 포유류의 25%가 멸종할 것이라고 지난해 예상했다. 일부 과학자는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물종 75% 사라져
대멸종은 몇 개의 종이 아니라 지구적으로 생물종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학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첫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인 4억4000만~4억5000만년 전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데본기 말인 3억7000만~3억7500만년 전, 세 번째는 2억5000만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에 발생했다. 페름기 말에 일어난 대멸 씬?지구 생명의 96%가 사라질 정도로 파괴 정도가 가장 심각했다. 네 번째 대멸종은 약 2억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에, 가장 최근에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은 6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발생했다.
일부 학자는 대멸종의 방아쇠를 당긴 원인을 지구 내부에서 찾는다. 대규모 화산활동으로 엄청난 화산재와 이산화탄소 등이 하늘을 덮어 태양빛을 차단해 빙하기가 왔고, 산성물질이 바다로 흘러들고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다 생물이 멸종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피해가 가장 컸던 페름기 대멸종은 이런 지각운동 때문에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혜성 충돌과 같은 외부 요인이 작용했다는 학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발생한 파편과 먼지가 대기를 뒤덮어 급격히 온도가 떨어지면서 대멸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 팔레오세기 사이 지층인 ‘K-T 경계’에서 소행성에 풍부한 이리듐 원소가 발견됐다. 하지만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생물종 감소는 대멸종 전조
일부 학자는 생물종이 급격히 줄어드는 점을 대멸종의 전조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사이언스는 인간이 등장하고 나서 멸종 속도가 1000배 빨라졌다며 이런 속도라면 100년 뒤 생물종의 7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생물 멸종의 주범은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다.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해안가 주변의 주요 동식물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멸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기후학자들에 따르면 대멸종이 진행되는 과정에 ?지구 기온은 5도 이상 변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감축이 허사로 끝나면 2100년까지 이에 육박하는 4.8도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원태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 80만년 새 최고치”라며 “한반도 최고 기온이 45도에 이르는 최악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대멸종 주장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의 현상을 두고 대멸종으로 몰고 가기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뉴욕주립대는 지난 6월 매년 생물 1만5000~1만8000종이 새롭게 분류되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김정률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온난화가 진행되고 멸종 생물체에 대한 보고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멸종이란 키워드는 학술적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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