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중국 등 신흥국 민간부채 거품, 미국 금리인상 폭발력 키운다

입력 2015-09-13 18:28  

미국 유동성 회수와 금융위기 가능성

미국 금리 인상해 양적완화 4조5천억弗 회수 채비
경착륙 위험 중국 경제 '민간부채 뇌관' 터질까 우려
민간부문 취약한 신흥국으로 위기 확산 대비해야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임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한때 1200원 선을 뚫자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0.3%로 낮아졌고, 총소득(GNI)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값이 나오다 보니 심리적으로 더 위축된 것 같다. 현재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위기감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시계(time horizon)를 올 연말부터 내년 정도까지의 단기로 설정하자. 위험분석은 크게 ‘위험요인’과 그 위험요인에 대한 ‘민감도’로 분리한다. 민감도는 같은 충격이라도 어떤 나라가 더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지를 측정하는 값이다.

이 두 값을 곱한 것이 ‘손실의 크기’다. 여러 위험요인이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요인은 미국의 금리 貫瓚막?인한 유동성 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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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에서 풀린 유동성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2009년부터 시작된 세 차례의 양적 완화를 통해 국채 매입 순증액 2조달러, 주택담보부채권(MBS) 매입 1조7000억달러 등 총 3조7000억달러가량의 유동성이 풀렸다. 기타 채권을 포함하면 그 금액은 총 4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8조달러 정도인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 GDP의 3배가 넘고 내년 예산의 13배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금리 인상은 결국 이 막대한 자금을 회수한다는 신호탄이다.

문제는 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통계자료가 없어 추론할 수밖에 없는데 한 가지 단초는 화폐유통 속도에서 찾을 수 있다.

금리 오르면 금융시작 타격 우려

미국의 화폐유통 속도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1.65에서 1.9 사이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이후 화폐유통 속도는 1997년 2.2까지 치솟은 뒤 점진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급락해 현재는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화폐유통 속도가 하락한다는 것은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과거 같으면 이 정도 수치라면 신용경색으로 해석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산업 성장으로 경제주체의 금융자?보유가 증가하는 ‘금융 심화’ 현상으로 인해 유통속도의 하락은 금융자산에 돈이 몰려서 발생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 중 일부는 소비나 실물투자를 통해 경기 회복에 기여했지만 상당 부분이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자산가격 앙등으로 이어졌다고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S&P500 지수는 최근 저점(2009년 3월) 대비 약 3배 폭등했다. 반면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저점 대비 30% 정도 상승해 2005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주가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과거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데 소총으로 조준사격을 했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기관총을 난사한 격이다. 문제는 과녁에 맞지 않은 유탄이 대부분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인데 일부분 자산 효과를 통해 경기 회복에 기여한 순기능도 있겠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이쪽 부분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조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폭이다.

급증한 신흥국 민간부채

위험요인이 미국의 유동성 흡수라면 이에 대한 민감도를 결정하는 요소 역시 여러 가지 들 수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은 아무래도 중국 경제의 불안이다. 8월 중국 경제의 거시지표가 나빠지면서 촉발된 중국 증시의 폭락은 부양책이 실패하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더욱 악화됐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고 잘해야 국제통화기금(IMF) 예측치인 6.8%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나빠져 5%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결국 레嗤?嗤?통한 과잉투자 위험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의 자본축적률은 지난 20년간 40%를 웃돌았으며 2013년 급기야 54%대로 치솟았다. 이렇게 자본투입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한 가지 증거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과잉투자는 대부분 부채에 의해 조달됐다. 2007년 후 민간부문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바로 중국으로 70%에 육박한다.

대부분 신흥국의 민간부채 비율이 늘어났다. 한국 역시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민간부채 증가율이 중국, 브라질 다음으로 높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국가부채가 늘어난 반면 민간부채는 증가율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재정 투입 및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해 민간부문의 부채를 공적 부채로 일정 부분 전이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으로 대표되는 미국 가계 및 금융권 등 민간부문의 과다 부채로 터진 것이다. 미국과 기타 선진국은 민간부문 부채를 디레버리징하거나 최소한 증가율을 억제한 반면 국가부채가 늘어나면서 재정이 취약한 남유럽을 필두로 한 선진국들은 재정위기에 빠졌다. 그 와중에 신흥국들의 민간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이번 중국 사태에서 보듯 이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선진국 민간부채 비율, 남유럽 위기는 국가부채 비율이 화근이었다면 이번 차례는 신흥국들의 민간부채 비율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관계돼 펀더멘털 부문으로 이어지는 게 1차적 쇼크고, 그 이면의 중국 경제의 위험요인인 민간부문 부채가 테마로 잡히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바로 이 부분이 미국 금리 인상이 야기하는 위험요인에 대한 민감도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中경착륙, 글로벌 디플레 대비를

사실 금융위기란 것은 그렇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의 뚜렷한 상흔이 남아 있다 보니 우리는 언젠가부터 ‘위기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다. 이로 인해 경제행위가 위축될 경우 오히려 위기 자체를 불러오는 ‘자기충족적 예언’에 빠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중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라는 점을 상기하도록 하자. 워런 버핏이 말한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란 충고도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관리가 수익률 제고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변한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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