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유타주의 명물 중 하나는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조각품인 ‘델리케이트 아치(Delicate Arch)’다. 아치스 국립공원에는 2000여개의 크고 작은 아치가 형성돼 있다. 그동안 70여개의 아치가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했다. 밤낮의 기온차로 수축과 팽창을 하는 탓에 바위에 금이 가는데 그 틈새로 빗물이 들어가 벌어지고 사막의 바람에 의해 떨어져나간다. 이 과정이 긴 세월에 걸쳐 반복되다 독특한 모양의 아치를 만드는 것이다.
아치스 국립공원을 간 날은 미국의 공휴일인 메모리얼 데이였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의 트레킹을 하고 만나게 된 델리케이트 아치. 높이 16m, 폭 10m의 바위가 이뤄낸 거대한 곡선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퉁이를 돌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마주한 감격적인 만남이었다. 시간과 바람과 빗물이 만들어낸, 또 그것에 의해 무너져 사라지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의 법칙을 보여주는 증거랄까. 그렇게 나는 대자연 앞에서 우주의 커다란 이치와 조우할 수 있었다.
정미자(경기 포천시 소흘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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