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사업 속도 높이기 위해"
PEF "기업가치 올리려면 지분 100% 확보하는 게 유리"
[ 김익환 기자 ] 사모펀드(PEF)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경영권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코웰이홀딩스처럼 국내 증권시장을 떠나 해외에 재상장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일제지는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자사주 1097만1000주(27.64%)를 395억원에 공개매수한다. 최대주주는 태림포장공업 및 특수관계인으로 지분 68.78%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은 태림포장공업 등이 발행주식의 95% 이상을 취득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국내 PEF인 IMM PE는 지난 7월 국내 1위 골판지 포장재업체인 태림포장공업 및 동일제지 등의 지분을 대주주인 정동섭 회장 일가로부터 3469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IMM PE→태림포장공업→동일제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IMM PE 관계자는 동일제지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상장사는 신규사업 추진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소액주주에게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지분 100%를 확보하면 외부간섭을 받지 않고 신규사업 추진 때도 속도를 낼 수 있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쉽다”고 말했다.
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2대 주주로 있는 경남에너지도 지난해부터 자진 상장폐지 작업에 나섰다. 지난 3월9일까지 자사주 일부를 매입해 최대주주 및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이 회사 지분 87.91%를 확보했다. 하지만 지분 95%를 채우지 못해 상장폐지엔 실패했다. 경남에너지 관계자는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상장폐지 작업을 재차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 별도의 자금조달 없이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상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PEF가 대주주로 올라선 기업이 한국 증시를 떠난 사례는 2009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HK저축은행(2009년 2월 상장폐지)을 시작으로 씨디네트웍스(2009년 9월) 코웰이홀딩스(2011년 11월) 넥스콘테크(2012년 11월) 등이 차례로 주식시장을 떠났다. 사모펀드는 상장폐지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매각하거나 외국 증시에 상장하는 형태로 투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한앤컴퍼니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스마트폰카메라모듈 제조사 코웰이홀딩스가 가장 성공적인 자진 상장폐지 사례로 꼽힌다. 2011년 8월 이 회사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석 달 만에 상장폐지를 성사시켰다. 이후 코웰이홀딩스는 대규모 설비투자, 거래처 다변화 등으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1년 3233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9778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고성장을 바탕으로 지난 3월 말 홍콩 증시에 상장했고 한앤컴퍼니의 보유 지분가치도 두 배 이상 뛰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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