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큰 그림 없이 혈세로만 해결" 지적
[ 조진형 기자 ]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에 물린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조선업 부실 여파로 덩달아 수렁에 빠진 국책은행을 살리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큰 밑그림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4일 “조선업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수은의 건전성 문제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연내 1조원 안팎의 현물출자를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보강하지 않으면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은의 BIS 비율은 6월 말 기준 10.13%(회계감사 확정치)로 작년 말 10.50%에서 악화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책은행으로서 민간에서 꺼리는 여신을 늘리다 보니 BIS 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며 “BIS 비율이 10%를 밑돌면 해외에서 자금 조달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무 부처인 기재부의 ‘수은 살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출자금은 현물 1조2593억원, 현금 2300억원 등 1조4893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출자 규모가 유난히 크다. 이미 본예산 400억원, 추가경정예산 750억원 등 1150억원의 현금을 투입한 데다 추가로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현물출자 대상은 정부가 보유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수은은 성동조선뿐 아니라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를 비롯해 경남기업 모뉴엘 등에 부실 여신이 쌓이면서 수렁에 빠졌다. 특히 수은이 주채권은행인 성동조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져 2011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지만 4년째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수은이 성동조선에 쏟아부은 자금은 대출금 출자 전환을 포함해 총 2조6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수은을 제외하곤 채권단 대부분이 등을 돌렸다. 지난 5월에도 회사 경영에 필요한 자금 3000억원 지원을 수은 혼자 떠맡았다.
수은은 이달 초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의 정상화를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성동조선은 내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고, 2018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등의 선박블록 일부를 외주 제작하던 삼성중공업과 추가 일감이 절실한 성동조선 사이에 새로운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은은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성동조선 여신 대부분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자칫 성동조선의 회생이 실패로 끝나면 정부는 수은에 대규모 공적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에 자금을 1조원 보강하면 BIS 비율이 1%포인트가량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성동조선 회생이 물 건너가면 공적 자금 투입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큰 그림 없이 국민 혈세만 지속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해 문제였다면 요즘엔 큰 밑그림 없이 임시방편으로 자금만 퍼붓고 있어 문제라는 말이 많다”고 귀띔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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