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마켓에게 길을 묻다④]5000만원으로 1000억 번 '슈퍼개미' 손명완 "주식 내년에 사라"

입력 2015-09-15 10:40   수정 2015-09-15 18:09

[ 박희진 기자 ]
혼돈의 주식시장, 변덕스러운 Mr.마켓에게 길을 묻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리얼타임 증권전문 미디어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기자들이 한국증시의 대표적 마켓리더를 인터뷰해 지금의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해법과 대응책을 모색하는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금은 개미들에게 매우 어려운 장입니다. 저도 보유 종목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큰 손' 투자자 손명완 세광 대표(50·사진)가 개미들에게 하반기 주식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쉽지 않은 쪽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1일 오후 4시 대구의 한 카페에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에 대응하는 일은 '슈퍼개미'에게도 쉽지 않은 듯 했다.

손 대표는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바짝 엎드려 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지난달 급락장에서도 틈틈이 주식을 사들여 관심을 모았던 그였기에 돌아온 대답에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이어서 손 대표가 털어놓은 이야기에서 그 역시 개인 투자자로 최근 증시 상황에 고민이 깊음을 알 수 있었다. 2주 만에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게 됐다는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 보유 종목 반으로 줄여…"투자 쉬어야 할 때"

손 대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만 1000억원에 달하는 큰 손 투자자다. 그가 2004년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했을 때 갖고 있던 돈이 5000만원이었다. 10년동안 주식 투자로 2000배 넘게 불린 셈이다.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도 지분이 5%를 넘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상장사만 18곳이나 된다. 이 중 동원금속의 지분은 22.71%에 달한다.

특히 그는 지난달 국내 증시가 부진한 틈을 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5일과 21일에 동원금속 주식을 각각 49만9000주, 43만8000주를 더 사들였으며, 성호전자 주식도 30만주 추가매수해 지분을 8.03%까지 확대했다.

지난달 13일에는 반도체소자 제조업체 엘비세미콘과 알루미늄 제조업체 남선알미늄 주식을 각각 매수해 5% 이상 공시를 내기도 했다.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성장성이 높은 데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종목들로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단기적인 증시 부진을 감안해도 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종목들이죠. 엘비세미콘과 남선알미늄도 기존에 4% 넘게 갖고 있다가 가격이 싸져서 추가 매수한 것이고요."

지난달까지만 해도 장기 투자 관점에서 관심 종목을 저가 매수한 그는 현재 리스크 관리에 더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60개가 넘었던 보유 종목도 현재는 30개로 대폭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렸다. 그만큼 하반기 증시와 주식 투자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은 투자를 쉬는 게 낫습니다. 요즘처럼 대형 악재가 쌓여있는 장에 개미들이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손해를 입기 쉽습니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를 보면 과거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떠오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전 거래일까지 28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오며 5조4300억원을 팔아치웠다. 역대 최장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월9일부터 7월23일까지 33일 연속 순매도한 것이다. 이 기간 매도 규모는 8조9834억원에 달했다.

매도 강도로는 차이가 나지만 기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거의 근접했다. 그는 당시에도 손절매 후 한동안 매매를 쉬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보다 시장을 보는 시야가 좁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개인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수급을 통해 전체적인 장의 분위기와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다.

"최근 뉴스로 알려진 악재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잠재적 악재도 분명히 있습니다. 언제 이 악재들이 도미노처럼 한 번에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이고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때도 개인들만 계속 주식을 샀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리먼브라더스 사태라는 엄청난 악재가 숨어있었죠."

글로벌 변수 외에도 대내적으로는 대주주 물량 부담이 하반기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지적했다.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들은 보통 연말이 다가올수록 세금을 피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연말에 기준 이하로 맞춰 놓는다면 그 다음 연도에는 대주주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7월 정부의 세재개편안을 통해 대주주 요건이 확대돼 물량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테마주' 없는 장…"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야"

손 씨는 평소 장기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테마주(株)를 이용해 투자전략을 짜는 편이다. 실제 그는 올 상반기 제약·바이오업종을 20개 가까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약 120억원의 수익을 봤다. 2004~2005년에는 와이브로 관련주와 줄기세포주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의 테마주를 사는 게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는 방법입니다. 실적이나 재무구조에 상관없이 테마에 묶이는 모든 업종이 상승세를 타기 때문이죠. 지난해 화장품업종이 테마주로 떠올랐을 때 화장품 원료업체부터 화장품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까지 주가가 무더기로 상승했습니다. 한국화장품 코리아나 등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적자 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지금 증시의 문제는 테마주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테마주가 없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장이라는 것이다. 최근 핀테크 관련주와 환율 수혜주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증시 반등을 주도할 만큼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업종별로 이슈는 있더라도 글로벌 경기 우려와 증시 불확실성이라는 벽에 막혀 테마주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장이 좋을 때는 1등 테마주를 사도 늦지 않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세에 잘 올라타면 됩니다. 증시가 상승할 때 가장 먼저 오르는 종목들이 테마주란 점에서 단기 수痼?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당분간 시장은 별다른 테마없이 지지부진한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올 하반기에는 호흡을 가다듬고 내년 상반기부터 다시 매매에 나설 것을 권했다. 연말이 지나면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과 대주주 물량 부담이 해소되기 때문에 시장이 지금보다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래도 주식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투자자라면 배당주에 대한 관심을 추천했다. 배당주는 보통 하반기에 주가가 오르고 배당이익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끝으로 그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급적 조급한 마음을 비우고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주식을 사기 전 그 기업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집 살 때 생각해보세요. 바람은 안 들어오는지, 비는 안 새는지 직접 꼼꼼하게 따져보면서 주식은 왜 남의 말만 믿고 삽니까. 한 기업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하고 관심을 기울인 다음에 사야죠. '내일 당장 오를 주식이 없느냐'는 것이 가장 위험한 질문입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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