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기업부정 적발 못한 회계사, 정당한 절차 따랐다면 무죄"

입력 2015-09-15 18:52  

대법원, 부산저축은행 '분식회계' 판결

성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 금융자문 수수료 허위기재 사건
부정 알았다고 단정키 어려워
대우조선해양 사건 등 영향 주목



[ 김병일 기자 ] 회사의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을 적발하지 못했더라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감사를 수행한 이상 회계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상당수 기업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민·형사상 책임 유무를 놓고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고된 만큼 이번 판결이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최근 부산2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하고 부실을 눈감아줬다는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성도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김모씨 등 2명에게 2심에 이어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감사조서 변조 부분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산2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으로서 직접 투자해 자기사업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 그럼에도 2000년대 초반부터 특수목적법인(SPC)들을 시행사로 설립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汰?진행했다.

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SPC와 자문약정을 체결하고 금융자문 수수료를 매년 수백억원씩 벌어들이는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했지만 회계사들이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이 줄줄이 법망에 걸려들었고, 검찰은 부산2저축은행의 회계부정을 발견하지 못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이라고 허위 기재한 혐의로 성도회계법인 회계사들을 기소했다. 1심은 이들에게 금융자문 수수료 허위기재와 관련, 유죄선고했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2, 3심 재판부는 무죄판단에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로 부산2저축은행을 감사한 성도회계법인 회계사들은 당시 수습을 마친 경력 2년차에 불과해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비밀을 공유하거나 비위를 일부러 숨겨줄 만한 부적절한 관계가 형성됐다고 의심할 사정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다른 계열 저축은행은 6~8년 동안 이 은행을 외부감사해온 노련한 회계사들로 고급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는 등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PF 대출 관련 금융자문 수수료에 대해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조차도 회계상 계상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부산2저축은행의 회계처리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사보고서 지적사항에 반영하지 않고 은폐·누락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회계감사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주의의무를 충분히 기울이기만 했으면 (회계부정)실상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성도회계법인 회계사 측을 대리한 채동헌 ?;?법무법인 화우)는 “분식회계가 발견되면 책임을 물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회계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사건은 외부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업무와 관련해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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