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유엔 70년

입력 2015-09-16 18:10   수정 2015-09-17 05:03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여름. 캐나다 북동부의 대서양 연안에 정박 중인 영국 전함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만났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세계 평화에 대한 공통원칙을 담은 대서양헌장을 발표했다. 이것이 국제연합(United Nations), 즉 유엔(UN)의 기초가 됐다.

이듬해 26개국 대표가 워싱턴DC에서 연합국선언을 발표하면서 큰 그림이 완성됐고 1945년 10월24일 유엔이 창설됐다. 그 전까지 국제질서 조정 역할을 한 국제연맹은 2차대전을 막지 못하고 해체됐다. 첫 유엔총회는 1946년 런던에서 51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현재 유엔 회원국은 모두 193개국이다.

유엔은 회원국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연간 예산은 42억달러 안팎. 가장 큰 돈은 평화유지군 등 안보 문제에 들어간다. 분담금을 많이 내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이탈리아 캐나다 스페인 브라질 러시아 호주 한국 등 13개국이다. 유엔이 개입한 첫 전쟁은 바로 6·25였다. 22개국이 참전했다.

유엔의 주요 기구는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유엔 사무국,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국제사법재판소 등 5개다. 이 중 4개는 뉴욕에 있고 국제사법재판소만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유엔총회나 정부 간 회담에서 쓰는 공식 언어는 6개국어(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러시아어)이지만, 사무국에서는 주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사무총장 임기는 5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역대 총장 8명 중 7명이 연임했다. 2대 총장 다그 함마르셸드(스웨덴)는 콩고 분쟁을 중재하러 가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어제 개막한 70번째 유엔총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등 160여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역대 총회 중 가장 많은 국빈이 25~27일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머리를 맞댄다. 차기 사무총장을 노리는 예비후보와 해당 국가들도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전망이다. 어쨌든 70년 동안 큰 전쟁 없는 시대를 이끌어온 유엔의 역할은 지금도 중요하다.

세계 평화와 상호 협력을 기치로 한 유엔 이념의 뿌리는 칸트의 영구평화이론이다. ‘자유로운 교역과 상업주의 정신이 전쟁을 억제한다’는 그의 깊은 통찰이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가능하게 했다. 대국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국제무역이라는 호혜의 수레바퀴와 함께 굴러가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세계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고는 있지만, 영구평화를 향한 인류의 꿈은 계속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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