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땐 2007년 이후 최대 M&A
중국 등 아시아 시장 둔화로 성장 정체…맥주업계, 덩치 키우기로 '돌파'
[ 박종서 기자 ] 글로벌 맥주시장 1위(판매량 기준) 기업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2위 업체 사브밀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맥주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인수가 성사되면 세계 시장 점유율 30%, 시가총액 2750억달러(약 320조원)의 초대형 맥주기업이 탄생한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2007년 이후 이뤄진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된다. 성장과 수익 확대에 목마른 맥주업계가 덩치 키우기를 통해 ‘갈증 해소’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AB인베브는 16일(현지시간) 사브밀러에 인수 의사를 밝혔다. AB인베브는 세계 판매량 3위 버드 라이트와 4위 버드와이저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의 OB맥주도 AB인베브가 소유하고 있다. 사브밀러는 밀러 라이트(15위), 캐슬(23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0.8%와 9.7%로 인수가 이뤄지면 30.5%가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B인베브의 인수 제안을 사브밀러 이사회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AB인베브가 제시한 결정시한은 다음달 14일이다. 인수 희망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브밀러의 시가총액은 930억달러다. 이번 인수는 AB인베브 대주주인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털이 추진하고 있다. 3G캐피털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하인즈, 버거킹 등의 대규모 M&A를 진행해왔다.
AB인베브가 사브밀러 인수에 나선 표면적인 배경은 두 회사의 지역 기반이 달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B인베브의 지난해 북미와 남미시장 점유율은 각각 45.2%와 48.4%였으나 아프리카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다. 사브밀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매출 비중이 높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글로벌 맥주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등 신흥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맥주시장의 성장 발판이 크게 위축된 데다 와인 등 다른 주류 수요가 늘어나고 수제맥주까지 인기를 끌면서 지난 수년간 브랜드 맥주시장의 성장이 정체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맥주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지난 2년간 1.4%로, 과거 10년간 연평균 성장률(2.8%)의 절반에 그쳤다. AB인베브는 2013회계연도에 143억달러(약 16조6852억원)였던 순이익이 2014회계연도에 92억달러로 급감했다. 성장과 수익 확대를 위해 M&A로 활로를 모색하는 이유다.
글로벌 맥주업계에서는 1997년 기네스와 그랜드 메트로폴리탄이 합병한 데 이어 2002년에는 남아프리카브루어리(SAB·사브)가 밀러를 인수했다. 2008년에는 스코티시앤드뉴캐슬이 칼스버그와 하이네켄에 나뉘어 팔렸다. 업계에선 AB인베브와 사브밀러가 한몸이 되면 맥주회사 간 ‘합종연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내려는 업체가 또 다른 M&A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신은 “AB인베브와 사브밀러가 합병에 합의해도 독과점을 우려하는 미국 규제당국이 이를 허용할지 알 수 없다”며 “당국이 합병 조건으로 일부 브랜드를 처분해야 한다고 하면 또 다른 M&A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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