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글쓰기판·미궁·새장…기억에 관한 은유를 찾아서

입력 2015-09-17 18:48  

은유로 본 기억의 역사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 정준형 옮김 / 에코리브르 / 368쪽 / 1만7500원



[ 고재연 기자 ]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괴테 문학상을 수상한 수사학의 대가였다. 그는 “심리학에서 비유의 도움 없이 무언가를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콤플렉스’의 개념을 명료화하기 위해 엘렉트라 오이디푸스 등 신화 속 인물을 차용했다. 그렇다면 심리학의 주요 개념인 ‘기억’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그는 기억을 아랫부분에 밀랍층이 있고, 그 위를 밀랍 종이 한 장과 투명한 셀룰로이드 한 장으로 덮은 ‘신비스런 글쓰기 판(wonderblock)’으로 은유했다. 셀룰로이드에 글자를 쓰면 글자가 밀랍 종이에 나타나고, 밀랍 종이를 밀랍층에서 떼어내면 글쓰기 판은 백지상태가 된다. 표면의 종이는 아무것도 쓴 적 없는 듯한 백지상태로 되돌아가지만, 그 아래에는 모든 것이 보존된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다우어 드라이스마가 쓴 《은유로 본 기억의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억에 관한 은유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 플라톤의 ‘새장’, 아우구스티누스의 ‘궁전’, 플러드의 ‘기억 극장’, 카루스의 ‘미궁’…. 과학 기술이 발전하며 개발된 ‘인공기억’은 기억에 대한 은유를 더욱 발전시켰다. 사진, 영상기술, 축음기, 홀로그램 등의 기술이다.

저자가 기억에 대한 은유들을 한데 모은 이유는 이들이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인류의 생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논의한 모든 은유 가운데 기억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어떤 것일까. 심리학자인 저자가 내놓은 답은 결국 프로이트의 ‘신비스런 글쓰기 판’이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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