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1인당 약제비 증가…건강식품·화장품 등 사업영역도 넓어져

입력 2015-09-18 07:00  

Cover Story - JW중외제약

제약 업황 전망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의약품의 개발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일괄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를 준 업체뿐 아니라 받은 의사도 처벌하는 제도) 등 정부 규제는 국내 주요 제약사의 주된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제약시장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평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들은 의약품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회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가 될 경우 제네릭(복제 약품)을 출시해 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약가인하 및 제네릭 경쟁 심화로 시장에 참여하는 제약사 수익성은 점차 떨어졌다.

이에 따라 주요 제약회사들은 전문의약품(ETC) 외에도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 진단 의료기기, 피부성형제품,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종합 헬스케어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중심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원료의약품(API) 및 완제의약품의 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등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주요 2개국(G2) 중 하나인 중국의 성장 둔화, 상품 및 유가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15~2020년에 3.4%, 2020~2025년에 2.6%로 내다봤다. 이런 저성장 전망에도 국내 제약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와 수출 확대, 그리고 시장성 있는 연구개발(R&D) 성과 등이 주요 배경이다.

한국은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2%에 도달하면서 고령화 사회단계에 진입했다. 이로 인해 치료 의약품 수요가 증가하고, 소득 증가에 따라 1인당 약제비도 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만성질환 증가는 필수소비재인 전문의약품 수요도 확대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는 점을 감안할 때,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1인당 약제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수출 확대에 따라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원료의약품과 연구개발(R&D) 기술 수출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체개발 신약(개량 신약 포함), 백신, 기존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한 약물의 효과를 추가적으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으로 확대),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 등을 통해 해외 수출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상당수 국내 제약·바이오업체가 해외 임상 진행을 통해 해외시장 진입 요건을 마련하고 있다.

제약산업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주목할 점?시장성 있는 R&D 성과다. 국내 제약 및 바이오업체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신약개발을 위한 R&D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1999년에는 SK케미칼이 국내 신약 1호 ‘선플라주(항암제)’ 개발에 성공했으며 뒤를 이어 JW중외제약의 ‘큐록신(항생제)’, LG생명과학의 ‘팩티브(호흡기감염증)’ 등 현재까지 총 25개 신약이 개발됐다.

신약개발 환경은 최근 들어 급속히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까지 대부분 제약회사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하던 물질을 도입해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국내 제약 및 바이오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에 대한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합성 화학물 신약개발에서 백신, 바이오시밀러,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개발로 그 범주가 넓어지면서 이런 기술수출 건수와 그 규모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면역질환 치료제 및 표적항암제를 글로벌 제약사인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등에 약 8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 사례다. SK케미칼은 사노피아벤티스와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의 공동개발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바이오 전문업체로는 바이로메드가 당뇨병에 수반하는 질병(당뇨병성신경병증, 허혈성지체질환 등)을 적응증으로 한 약물에 대해 자체적으로 미국 임상3상에 진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인보사(티슈진-C)’도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3상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글로벌 기술수출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존 합성신약의 특허만료에 따른 약가인하 및 제네릭 경쟁 심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제약 및 바이오업체들은 글로벌 임상 진행에 따른 막대한 규모의 개발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도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가 늘어난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주용 < 키움증권 연구원 jykim21@kiwoo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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