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IT과학부 기자)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거나 방금 들은 이야기를 되물을 때 무심코 뱉는 ‘응?’은 사실상 세계 만국 공통어처럼 사용됩니다. 한국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지역마다 약간의 발음상 차이가 날 뿐 거의 유사하게 들립니다.
네덜란드 언어학자인 마르크 딩게만제 막스플랑크연구소 산하 심리언어연구부 연구원과 동료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오류를 어떻게 수정하는지 연구를 하다가 이런 말을 전 세계적으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지는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샌더스 강당에서 시상식을 열고 딩게만제 연구원에게 ’이그(Ig) 노벨상’ 문학상을 수여했습니다.
괴짜 연구에 주는 일종의 ‘별난’ 노벨상이지만, 딩게만제 박사와 동료의 연구 논문은 2013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실렸고 전 세계 20만명의 연구자가 읽으며 그해 가장 많이 읽힌 과학 논문이 됐습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언어나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공통적으로 ‘응?’이라는 말과 함께 평균 1분30초마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비록 짧은 표현이지만 대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을 매우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해 사람 간 소통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 가운데는 다소 엽기스럽지만 정통 과학의 본분을 잊지 않은 연구자들이 더 있습니다.
이그노벨 의학상을 받은 미국 코넬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생인 마이클 스미스씨는 벌에게 쏘였을 때 고통을 겪는 수준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에게 25대의 벌침을 놓았습니다. 그는 콧구멍과 윗입술, 음경이 쏘였을 때 가장 아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스미스씨는 의학과 바이오분야 국제학술지 ‘피어제이’에 실은 논문에서 “사람의 얼굴 피부 다음으로 음경을 둘러싼 피부가 가장 얇아 통증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진한 키스를 나누고 나서 남은 유전자 분비물을 연구한 연구자와 키스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30명에게 키스를 시킨 과학자도 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칠레 산티아고 국립칠레대 브루노 그로시 교수는 새가 6500만 년 전 멸종에서 살아남은 공룡의 후손을 증명하는 연구로 생물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로시 교수는 닭에 인공 꼬리를 붙여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수각류 공룡과 같은 자세를 취하는지 관찰한 결과 공룡과 유사하게 걷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연구 역시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소개됐습니다.
인류학자인 엘리자베스 오버차유셔 교수와 카를 그라머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는 18세기 모로코 알라위 왕조 술탄인 물레이 이스마엘이 888명의 자녀를 두게 된 경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습니다. 연구진은 술탄이 여성들과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잠자리를 가져야 했는지 분석한 결과 술탄과 잠자리를 가진 여성들이 높은 임신율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역대 이그노벨상 수상자 가운데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도 나왔습니다. 자기력(磁氣力)을 이용한 개구리 공중 부양 실험으로 2000년 수상자로 뽑힌 안드레 가임 교수는 2010년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로 실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끝)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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