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대기업 한식뷔페' 규제해야 하나

입력 2015-09-18 18:23   수정 2015-09-19 05:04

[ 강진규 기자 ]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7월24일 “대기업 한식뷔페로 인한 지역 상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상생법 개정안에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이후 문제가 발견될 때에는 조항을 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식뷔페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대기업 본사와 계열사가 소유한 건물에 대해서는 입점 제한이 없다. 상생법 개정안은 이런 예외 조항을 통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계절밥상(CJ) 자연별곡(이랜드) 올반(신세계) 등 대기업 계열 한식뷔페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평이다.

한식뷔페 규제 움직임에 대한 찬반은 명확히 나뉜다.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쪽은 새로 등장한 한식뷔페 인근 1㎞ 이내에 있는 중소 음식점의 52%가 매출감소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기업은 단기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스스로 한식뷔페 확장을 멈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규제 반대론자들은 산업과 중소음식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980년대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됐다가 10년 만에 사양산업이 된 조명기구업 등에서 보듯 규제는 부작용만 양산한다고 설명한다. ‘대기업의 한식뷔페 규제해야 하나’를 주제로 박지원 의원과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지상토론을 벌였다.

찬성 / 한식뷔페 하루 1000명씩 몰려…주변 중소 음식점 휴·폐업 '시름'

'한식세계화' 는 우리 기업끼리 경쟁하는 것 아냐

최근 대기업 한식뷔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중소 음식점업을 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인들의 처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2013년 전국에서 단 세 곳에 불과했던 대기업 한식뷔페 매장은 현재 100곳 가까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대기업들의 신규 진출도 예상되면서 대기업 한식뷔페로 인한 중소 음식점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월24일 대표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개정안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관련 규정을 개정해 대기업 한식뷔페 확산을 억제하고자 마련했다. 상생법 개정안은 대·중소기업 간 합의에 기초한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동반성장위원회로 하여금 적합업종 권고의 이행실태와 문제점 등을 매년 점검하고 개선할 사항이 있을 때는 권고 내용을 변경하도록 했다. 동반성장위 또는 중소기업 및 관련단체에서 권고 이행과 관련해 개선을 요구하면 대기업이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개정안을 통한 한식뷔페 입점 규제에 대해 과도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들린다. 현재도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위의 권고를 준수하고 있는데 더 규제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음식점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에서 관련 대기업 및 중소기업(한국외식업협회중앙회 등)과 협의를 거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또 현 상생법에 의해 민간부문(동반성장위와 대·중소기업)의 자율적인 합의에 따르되 ‘대기업의 확장 및 신규 진입 자제’를 권고해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적합업종 권고’에는 여러 가지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대기업의 한식뷔페 진출을 가능토록 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권고 예외조항엔 복합다중시설이나 역세권 등에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 출점이 가능하고 특히 대기업 본사나 계열사 소유 건물·시설에는 연면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기존 상생법에는 적합업종 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권고기간(3년) 만료 전에는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 한식뷔페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중소음식점들이 몰락할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상생법 개정안은 대기업 한식뷔페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동반성장위와 대·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협의하되 권고기간 중이라도 개선할 사항이 있으면 협의해 개선하자는 것이다.


상생법 개정안이 한식 세계화 등 경쟁력 향상을 저해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한식뷔페 한 곳당 하루평균 고객이 1000명에 달하면서 주변 중소음식점은 고객 감소에 따른 휴·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렇게 중소음식점을 내몰고 상권을 평정한다고 해서 한식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한식 세계화’는 우리 음식이 외국에 진출해 다른 나라의 음식들과 경쟁하는 것이지 같은 한식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해야 할 일은 아니다.

상생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한식뷔페를 무조건 막자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취지에 맞게 대·중소기업이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는 의미다. 대기업들이 주변의 모든 것을 다 먹어치우고 결국 먹을 게 없어 굶어죽은 공룡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반대 / 외식시장서 대기업 빠져나가면 외국기업이 대부분 잠식할 것

기업 간 경쟁 심해질수록 소비자에겐 이익

대기업 계열의 한식뷔페 규제를 더 강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됐다. 한식뷔페의 확장을 막아 중소 음식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법안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대기업이 특정 업종에서 빠져나가면 그 업종에는 중소기업들만 남게 되고, 단기적으로는 그들에게 돌아갈 몫이 커진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워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시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기업에 의해 잠식당하거나, 대체재에 의해 빠르게 축소될 것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파제 역할도 한다.

1980년대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됐던 조명기구산업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정부는 대기업들이 빠져나가면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달랐다. 눈이 부시지 않는 조명, 초절전형 조명 등의 고급 조명을 개발한 필립스, 오스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대기업이 빠진 한국 조명산업을 손쉽게 장악했다. 국내 저가 조명시장은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됐다. 한국에서 조명 제조업이 절멸하는 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부 국민들은 ‘외식업에 왜 대기업이 진입하느냐’며 반감을 가진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이 패밀리레스토랑형 한식뷔페 같은 새로운 외식업을 대중화함으로써 외식시장의 경쟁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간 경쟁이 커질수록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간다. 저렴한 가격으로 더 나은 서비스와 높은 품질의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바로 경쟁의 힘이다. 소비자는 더 잘하는 업체에 지갑을 열고, 못하면 외면한다. 시장이 독과점 상태에 빠져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되면 그때 정부가 개입하면 된다.

CJ 이랜드 신세계 같은 대기업들이 성공시킨 한식뷔페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식재료를 농가나 지역 농협 등에서 직거래함으로써 농민소득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중소 외식업체는 대기업의 약점을 파고들면 된다. 대기업은 대량 조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맛을 낼 수밖에 없고, 덩치가 커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또 표준화돼 있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유연한 경영이 힘들다.


정부가 할 일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검증된 방법은 기업들이 더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경쟁을 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열심히 경쟁하고 있는 기업에 ‘경쟁에서 빠지라’고 강제하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정책과 법안은 경쟁에서 뒤처져서 탈락한 사람이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식품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만 봐도 식품과 외식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이런 식품, 외식 산업이 한국에서는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온정적 보호’를 받고 있다. 그 결과는 경쟁력 상실이다. 대기업은 수출에만 집중하라는 건 경영을 모르는 사람의 얘기다. 탄탄한 내수시장 기반 없이 수출은 불가능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이슈] 40호가 창 보면서 거래하는 기술 특허출원! 수익확률 대폭상승
2015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 개막..실시간 매매내역,문자알림 서비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