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주가 반토막…중국 인터넷기업 '찬바람'

입력 2015-09-18 18:37  

중국 경기 급속 둔화 우려에 알리바바 성장 의구심

투자자들 관심 줄어들자 IPO 앞둔 중국기업 공모가 내려



[ 김동윤 기자 ] 1년 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한때 월가에서 가장 각광받는 주식이었다. ‘모바일’과 ‘중국의 소비시장’이라는 두 가지 큰 흐름의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알리바바 주가는 한때 공모가 대비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최근 몇 달 새 고조되면서 알리바바 주가는 공모가 밑으로 추락했다. 이 여파로 중국 인터넷 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수그러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세 둔화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전날 대비 1.83% 하락한 66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공모가 68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줄곧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9월19일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알리바바 주가는 수직 상승해 11월10일에는 119.45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는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상장 당시 알리바바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투자자가 열광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최근 표지기사에서 “향후 알리바바 주가가 지금보다 50%가량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알리바바 주가가 급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최근 급속하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회사 애틀랜틱에쿼티의 제임스 코드웰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거래액도 최소 2016년까지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짝퉁’ 유통 문제로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는 것도 알리바바에는 악재라고 보고 있다.

○中 인터넷 기업투자 열기도 한풀 꺾여

알리바바의 주가 하락은 다른 중국 인터넷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리바바 상장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제2의 알리바바’를 찾기 위해 중국 인터넷 기업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의 주가는 지난 6월 이후 고점 대비 29% 하락했다.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 메이투안은 최근 공모가를 당초 목표 대비 30%가량 낮춰 잡았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에 대비해 영화 스포츠 클라우드컴퓨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또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O2O)’ 사업 강화를 위해 전자제품 전문 판매점 쑤닝, 택시호출앱 디디콰이디 등에도 투자했다. WSJ는 그러나 “알리바바의 신규사업은 방향 설정을 제대로 했지만 회사 수익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월가 애널리스트 52명 중 44명은 여전히 알리바바 주식에 대해 ‘매수’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와캐피털의 존 최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에 우려가 높지만 전자상거래는 전체 인터넷산업에서 견조한 수익을 내는 몇 안 되는 분야”라며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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