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다음달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교류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는 최근 “오는 10월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을 서울에 초청하겠다는 뜻을 담은 서한을 북한의 이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장웅 ITF 명예총재도 “조 총재의 초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했다”며 “WTF 시범단 평양 파견도 크게 힘들 게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태권도 교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남북 화해와 교류라는 차원 외에 기대되는 것이 있다. ‘잃어버린 반쪽’의 회복이다. 종주국 남한을 중심으로 올림픽 종목이 된 WTF 태권도는 ‘경기용 태권도’로 폭이 좁아졌다. 반면 북한 중심의 ITF 태권도는 ‘무도(武道)의 원형’을 좀 더 간직하고 있다는 게 태권도계의 평가다. 남북 교류를 계기로 태권도가 경기용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무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성급한 주문일까.
'메달 밭 태권도' 위상 흔들
2012년 런던올림픽 태권도에서 畸뮌?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로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남녀 8체급 대부분을 휩쓸던 건 옛날 얘기다. 금메달 8개는 8개 국가가 골고루 나눠 가졌다. 실력이 그만큼 평준화됐다. 발차기 위주의 경기 태권도에선 다리가 긴 유럽, 미주, 아프리카 선수들이 유리하다.
1980년대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국기(國技) 스포츠였던 유도가 그랬던 것처럼 태권도도 ‘세계화의 역설’을 경험하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종주국 위상은 약화되고 있다. 유럽세가 강해지면서 지난 5월에는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최지를 놓고 터키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태권도의 무도 정신은 갈수록 사라지고 경기용 태권도에서도 위상이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올림픽 퇴출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에선 세대 간 분리 현상도 심각하다. 태권도는 한국인이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스포츠다. 태권도계에 따르면 전국의 태권도장은 1만2000여개, 수련 인구는 8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그중 85%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다. 성인들로부터는 외면받는 태권도다. 그나마 태권도장에서조차 무도 정신은 사라지고 체육관이나 학원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개탄의 소리도 들린다.
智德體 아우르는 무도정신 강화
태권도의 대(大)변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덕체(智德體)를 아우르는 태권도 본연의 무도 정신과 생활스포츠로서 세계적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태권도를 새로운 관점에서 육성하기 위해 태권도계 외부 인사까지 망라한 ‘태권도 문화비전수립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은 그런 점에서 반갑다. 경기 태권도 ?개선 방안은 논외로 치더라도 할 일이 많다. 태권도 시범을 세계화해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무도로서의 태권도를 겨루는 종합대회 육성, 태권도의 산업화와 관광자원화, 전통무예 및 인문 정신과 태권도를 결합한 한류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태권도를 한류 상품으로 개발하면 어떨까. K팝보다 먼저 세계에 한국을 알린 한류의 원조가 태권도다. 세계에는 이미 1억명의 태권도 수련자들이 있지 않은가.
서화동 문화스포츠부장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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