仙界인듯 아련한 삼선암 비경 속엔
세선녀와 장수의 못다한 사랑 전설
통구미·거북바위…신화적 풍경 곳곳
가을이면 울릉도로 가야 한다. 가을 울릉도는 신화의 섬이기 때문이다. 섬은 온통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신화와 전설, 설화의 무대뿐만 아니라 황홀한 구경거리로 가득한 울릉도에서는 많이 걸을수록 더 깊이 볼 수 있다. 가을 울릉도를 걷는 것은 여행의 완성이다.
신화로 가득한 환상의 섬
울릉도에 입도하면 울릉도의 수호신전인 성하신당에 먼저 입도 신고를 해야 마땅하다. 신전의 주인은 동남동녀, 두 어린 신이다. 이들은 어찌하여 울릉도의 수호신이 된 것일까. 조선시대 섬에 대한 국가의 정책은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정책이었다. 섬이 왜구들의 근거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정에서는 섬에 사람이 사는 것을 금했다. 그래도 뭍에서 살기 힘든 사람들은 기어이 섬으로 숨어들었다.
태종 시절, 삼척만호 김인우는 섬에 사는 자들을 잡아들이라는 조정의 명을 받고 안무사가 돼 울릉도에 도착했다. 전함 두 척을 이끌고 황토구미에 정박한 뒤 안무사는 섬에 숨어 살던 자들을 샅샅이 잡아들였다. 육지로 출항하기 전날 밤, 안무사의 꿈에 동해의 해신이 나타나 어린 소년과 소녀 한 명씩을 두고 가라고 명했다. 하지만 안무사는 해신의 명을 무시하고 배를 출항시켰는데 배가 돛을 올리자 거센 풍랑이 일었다. 며칠이 지나도 바람은 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안무사는 문득 해신의 명이 생각났다.
안무사는 섬사람들을 배에 태운 뒤 어린 소년과 소녀 한 명씩을 뽑아 심부름 보냈다. 자신이 머물던 집으로 가서 필묵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아이들이 배에서 내리자 안무사는 돛을 올리고 출항을 명했다. 바람은 이내 잠잠해졌다. 뭍으로 돌아온 뒤에도 김인우는 소년, 소녀를 버리고 온 일이 마음에 걸렸다. 8년 후 김인우는 다시 안무사가 됐다. 울릉도에 도착한 김인우는 그가 머물던 거처를 찾았는데 그곳에는 서로 꼭 껴안고 죽은 소년, 소녀의 백골이 있었다. 김인우는 그곳에 사당을 짓고 소년, 소녀의 상을 모셨다. 성하신당의 내력이다. 설화는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인신공양 풍속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인신 공양 과정에서 직접적인 폭력 대신 간계가 등장하는 것은 그런 행위가 법으로 금지됐기 때문이다. 성하신당, 밀랍으로 빚어진 동남동녀상은 실물처럼 생생하다.
세 선녀와 장수 설화 깃든 삼선암 비경
성하신당의 설화는 울릉도 3대 비경의 하나인 삼선암으로 이어진다. 석포 전망대에 서면 삼선암의 풍경이 선계인 듯 아련하다. 비경은 대개 그에 값하는 신화나 전설을 품고 있기 마련. 삼선암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아득한 옛날 세 선녀가 자주 울릉도 부근 바다에 내려와 물놀이를 즐기다 승천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녀들은 옥황상제의 명을 받은 호위장수의 보호를 받으며 울릉도 앞 바다로 내려와 노닐었다. 물놀이에 열중해 있던 두 언니 선녀는 문득 막내 선녀가 호위 장수와 통정하는 것을 목격했다.
언니 선녀들은 옥황상제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하늘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막내 선녀의 옷이 사라지고 없었다. 막내를 버려두고 둘이서만 돌아갈 수가 없어 함께 옷을 찾다 선녀들은 천계로 승천할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 사실은 안 옥황상제는 분노에 사로잡혀 세 선녀와 장수를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 삼선암과 장수바위가 생긴 내력이다. 대체로 자연물에 얽힌 신화란 사람 세계에 대한 은유와 상징이다. 삼선암 이야기는 사람 세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비극적인 연애담의 신화 버전으로 읽힌다.
도동항 2000년 된 향나무 울릉도 상징
신화뿐이랴. 울릉도는 가는 곳마다 신화적 풍경이다. 통구미 거북바위, 곰바위나 학포 만물상은 제주도와 금강산을 동시에 온 듯한 환각이 일게 한다. 성인봉 북쪽의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다. 옛날 첫 이주민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먹고 연명했다 해서 나리골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곳의 울릉도 전통 가옥인 너와집과 투막집 앞에 서면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아련해진다. 울릉도의 중심지 도동항 오른쪽 산기슭의 수령 2000년 된 향나무는 울릉도의 상징이자 신목이다.
향나무어르신은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저동은 울릉도 어업 전진기지인데 퍼덕퍼덕 뛰는 해산물을 맛보기 더없이 좋은 어항이다. 봉래폭포 가는 길의 삼나무 숲은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최상의 삼림욕장이다. 행남해안로는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로 꼽힐 만하다.
여행 Tip
누림여행사는 울릉도의 환상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2박3일 상품을 내놓았다. 상품은 울릉도의 주요 관광지인 저동항, 태하 해안산책로길 등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매일 출발하며 왕복셔틀버스 비용과 숙식(2박6식) 관광지 입장료 선박비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26만7000원부터. (02)757-2500
강제윤 시인·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당신에게 섬’ 저자 gilgu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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