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이 정류장을 지나칠 때마다 궁금했다. 정류장 주변이 집보다는 '산골짝 같은 곳에 있어서 산골고개인가?'하면서 말이다. </p>
<p>산골마을은 통일로를 따라 독립문에서 구파발로 넘어가는 고개 중 하나인 '산골고개'를 주변으로 형성되어 있는 마을이다. 서대문구에서 은평구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마을로 통일로를 가운데 두고 은평구 녹번동 71번지와 응암동 31번지로 나뉘어 있다.</p>
▲ 아파트 오른쪽으로 보이는 작은동네가 산골마을이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 산골마 뼁〈?오래된 집들이 많다. 산골마을은 재개발 대신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선택하고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p>산골마을은 오래된 마을이지만 재개발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역이 협소했다. 45호, 78세대, 550명이 이곳을 설명하고 있는 수치다.</p>
<p>재개발 논의가 나왔지만 나이 많은 주민들은 보상금으로는 서울에서 셋방도 얻을 수 없었다. 교통도 좋고 하니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른 동네로 이사하지 않았다.</p>
<p>결국 50% 이상이 재개발을 반대했고, 서울시로부터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부지로 선정되어 2013년부터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p>
<p>2013년 11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두꺼비하우징이 주민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하면서 재생사업 컨설팅을 했고, 마을의 좁은 길들을 붉은 벽돌계단으로 정비해 공원을 만들고, 마을회관 부지를 확보했다.</p>
<p>만 2년 동안 마을가꾸기를 통해 현재 70% 정도인 산골마을의 시설을 정비했다. 내년 3월이면 마을회관 신축도 앞두고 있다.</p>
▲ 산골마을 마을회관.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 경사로가 심했던 골목도 정비를 통해 새단장을 마쳤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p>서울시에서는 산골마을처럼 주민참여형 주거환경관리 사업을 하는 곳이 50군데 정도 있다. 재개발이 힘들거나 사업이 취소된 지역 중에서 주민들은 공동체 활동을 원하는 곳, 주민 50% 이상 이 사업을 찬성하는 지역을 선정한다.</p>
<p>산골마을은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의 초창기 모델이다.</p>
▲ 산골마을의 좁은 골목에 위치했던 집을 헐고,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터를 조성했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 녹번동 산골마을과 응암동 산골마을을 잇는 다리. 생태통로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p>산골마을 입구에는 '산골 판매소'라는 곳이 있다. 산골고개라는 지명도 산골(山骨)에서 유래된 것이다. 골절 치료에 사용하는 광물의 약재인 산골(자연공)이 이곳에서 많이 나기 때문이다.</p>
<p>동의보감에 따르면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이 좋지 않을 때 산골을 먹으면 뼈와 근육에 진액이 빨리 나와 뼈가 잘 붙는다고 한다.</p>
<p>산골 판매소 간판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작은 동굴이 나온다. 이곳 '산골 판매소'는 유일하게 허가받은 산골의 판매소이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서울지역의 유일한 광산이며, 전국에서 가장 작은 광산이기도 하다.</p>
<p>돌에 붙어있는 아주 작은 정육면체 모양의 산골은 아주 고운 가루를 빻아 캡슐에 넣어 먹을 수도 있고, 물에 타서 마실 수도 있다.</p>
▲ 산골 판매소 입구. 산골 판매소는 국내에 등록된 가장 작은 광산이기도 하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 동의보감에도 소개되어 있는 산골.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p>산골고개는 '산골자기'에서 유래된 이름은 아니었다. 그 외에도 산골고개는 '녹번이 고개'라고 불려졌는데, 조선시대 관료들이 이 지역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녹(녹봉)의 일부를 고개에 두고 간 것에서 비롯된 '녹을 버린 고개'를 뜻하기도 한다.</p>
<p>◆ 고양이도 함께 사는 마을</p>
<p>산골마을에는 고양이집이 있다. 길고양이 쉼터를 만들어서 물과 사료를 공급한다. 고양이집에는 고양이 모래를 두었는데,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서 아침마다 고양이 배변을 치운다.</p>
<p>성영희 산골마을 총무는 "고양이집을 짓기 전에는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어서 골치가 아팠다"며 "고양이집이 생기고 난 이후부터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p>
▲ 麗藉瑛?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현수 산골마을 대표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p>그 외에도 마을에는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이 여러 곳에 만들어져 있다. 작은 골목에 붙어 있던 집을 허물고 동네 공원을 만들었다.</p>
<p>운동기구와 파라솔을 설치해 주민간의 소통 공간으로 장만할 예정이다. 짜투리 축대를 허물고 재단장한 담벼락은 마을 갤러리로 꾸미고, 의자와 화단을 놓고 벼룩시장도 열 계획이다.</p>
▲ 마을여행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 산골마을 주민들이 만든 찬밥 주방세제. 주민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만들고 있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p>마을여행에 참여한 서초구의 한 주민은 "서울에 있으면서도 산골짜기에 있는 마을인줄 알았는데, 도시 속에 있는 마을이어서 살짝 실망했다"면서도 "사람 사는 정을 알 수 있는 곳이었고, 어르신들이 정성껏 차려준 집밥이 아주 깔끔하고 맛있었다"며 웃음지었다.</p>
<p>따뜻한 어르신들의 환대에 훈훈해진 마음을 안고 돌어가는 마을여행 참가자들은 산골마을 주민들이 수익사업을 위해 만든 '산골표 찬밥세제'를 하나씩 구입했다. 집에서 먹고 남은 찬밥으로 만든 주방용세제였다.</p>
<p>그리고 주민들은 마을회관 밖으로 나와 돌아가는 우리들에게 "언제든 집밥이 먹고 싶으면 놀러와"라고 인사했다. 꼭 산골에 있는 마을에 와있는 기분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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