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국과 수출 논의…한·중·일 수주경쟁 격화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이 영국 동부 지역에 들어설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중국의 원전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중국은 고속철에 이어 원전을 해외시장 진출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번 영국 시장 진출로 중국의 ‘원전굴기(原電起·세계 원전시장에서 우뚝 선다)’가 더욱 탄력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해외 원전 건설 시장에서 중국과의 거센 경쟁에 직면할 전망이다.
○까다로운 영국 원전시장 진출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앰버 러드 영국 에너지장관은 “중국 원전 기업들이 동부 에섹스 지역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담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전 건설에는 중국의 원전업체 중광핵그룹(CGN), 중국핵공업그룹(CNNC)과 프랑스 국영 원전업체 EDF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러드 장관은 “중국이 그동안 영국 원전 건설에 참여하기를 강력히 희망했다”며 “영국이 원전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어 영국시장 진출이 중국 원전에 대한 국제 신인도를 제고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鰥㈖?데 이어 원전 건설까지 중국 업체에 맡기자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국가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그러나 “영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의 황금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드 장관도 “중국은 향후 예정돼 있는 5기의 원전 건설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해외 진출 가속화
중국은 자국 내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미 ‘원전 대국’으로 부상했다. 운영 중인 원전은 26기로 일본(43기)보다 적지만 건설 중인 원전만 25기인 데다 43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어서 이 원전들이 모두 완공되면 세계 최대 원전 건설국으로 부상한다.
중국 정부는 2013년께부터 자국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산 원전의 해외 진출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원전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해외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중국산 원전을 써줄 것을 요청했다. 제조업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지난 3월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도 중점 육성 산업에 원전을 포함시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중국은 2013년 자체 기술로 제작한 원전을 파키스탄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 2월에는 아르헨티나와도 원전 건설에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이 원전 수출 계약을 체결했거나, 수출 논의를 진행 중인 국가가 20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영국 원전 건설 사업 수주를 계기로 향후 원전 수출 대상 국가의 외연을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신화통신 등 중국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중국은 현재 이집트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원전 건설 사업 수주를 위해 한국 일본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 사무소장은 “향후 세계 원전 건설 시장에서 중국은 한국 일본 등의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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