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포장은 드러나는 법…표리부동한 태도 버려야
문철상 < 신협중앙회장 mcs@cu.co.kr >
전한시대 학자 유향이 지은 ‘신서(新序)’에 ‘섭공호룡(葉公好龍)’이란 고사성어가 나온다. ‘섭공이 용을 좋아한다’로 직역되는데, 여기엔 ‘겉으로만 좋아하는 척할 뿐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짓됨을 비판하는 속뜻이 담겨 있다.
초나라 대부 섭공은 평소 야심이 많은 정치가였다. 그는 당시 권위의 상징이었던 용을 매우 좋아했다. 용무늬를 수놓은 옷을 입고, 집안의 가구와 이불에 용 그림을 그려놓으며 용을 숭상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자 이런 소문이 하늘에 있는 진짜 용에게 전해졌다. 용은 직접 섭공을 찾아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진짜 용을 본 섭공은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결국 섭공이 용을 좋아한다는 말은 위선에 불과했다. 후세 사람들은 섭공호룡 고사를 통해 위정자의 야욕을 경계했다.
섭공호룡과 비슷한 사례는 오늘날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그럴듯한 주장 속에 사리사욕을 감췄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본색을 드러냄으로써 조직이나 회사를 망가뜨리 ?인물들이 그런 경우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선출된 정치인이 자신의 공약을 당선 후엔 저버리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다 불명예 퇴진한다. 자치단체장이 지역 관변 단체의 이권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가 법정에 선다. 이런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섭공과 다름없는 군상이 많다는 생각에 불편한 심기를 떨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신협 내부에서도 일부 이 같은 일이 생긴다. 조합원 지지를 받아 선출된 임원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기보다 개인 잇속만 챙겨 사회적 비난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또한 섭공의 고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무늬만 그럴듯한 섭공을 닮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신은 쌓이고 갈등은 커져 공동체 문화는 파괴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소통하고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부터 표리부동한 태도를 버리고, 처음에 지녔던 초심을 잃지 않는 의로운 기운을 지키며, 끊임없이 마음을 담금질해야 한다. 이제 국민이나 특정 단체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구성원을 현혹하고 호도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섭공호룡과 같은 실속 없는 헛된 명성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문철상 < 신협중앙회장 mcs@cu.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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