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를 꿈꾸던 소년, 세계 골프 정상에 서다

입력 2015-09-21 18:47  

제이슨 데이, BMW챔피언십 22언더파 우승

13세 때 쓰레기 더미서 주운 3번 우드로 처음 골프 시작
가난·친척 참변·희귀병…역경 딛고 세계 1위 '우뚝'
배상문, 투어챔피언십 합류



[ 최만수 기자 ]
제이슨 데이(27·호주)는 열두 살 때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3번 우드로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장에 갈 돈이 없어 뒷마당에서 공을 치던 데이는 타이거 우즈의 책을 읽으며 ‘언젠가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겠다’는 꿈을 꿨다. 아일랜드계 호주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흑인, 어머니는 태국인인 우즈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가난 딛고 세계 1위 꿈 이뤄

데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레이크포리스트의 콘웨이팜스GC(파71·7251야드)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 플레이오프 3차전 BMW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합계 22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데이는 2위 대니얼 버거(미국·16언더파 268타)를 6타 차로 따돌리고 ‘와이어 투 와이어(1~4라운드 연속 선두)’ 우승을 달성했다. 시즌 5승째.

데이는 마지막홀 버디퍼트를 신중하게 별鞭쳔?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미국)를 뛰어넘어 마침내 염원하던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호주 선수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그레그 노먼, 애덤 스콧에 이어 데이가 세 번째다.

경기를 끝낸 뒤 둘째를 임신한 아내 앨리와 기쁨을 나누던 데이는 “꿈꿔오던 내 인생의 목표가 눈앞에 있었다”며 “이번 대회 3~4라운드는 골프를 치면서 가장 떨리고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의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 속에서 어렵게 골프를 시작한 데이는 메이저대회 10위 안에 아홉 차례나 이름을 올리고도 마지막 순간에 무너졌다. 2013년 11월에는 태풍으로 필리핀에 살던 친척 8명을 한꺼번에 잃는 아픔을 겪었다. 2010년부터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그는 올해 US오픈 경기 도중 현기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PGA챔피언십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뒤 데이의 골프에는 거침이 없다. 최근 출전한 6개 대회에서 4승을 차지했다. 데이는 “과거 내 골프는 공격뿐이었지만 이젠 조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000만달러 보너스 ‘눈앞’

데이는 다음달 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2015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팀 소속으로 출전한다. 데이는 페덱스컵 랭킹에서도 1위를 확고히 지켜 오는 24일 개막하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1000만달러의 보너스 상금 획득을 눈앞에 뒀다.

배상문(29)도 합계 1언더파 283타를 쳐 공동 53위로 대회를 마쳐 페덱스컵 랭킹 28위로 투어챔피언십에 합류했다.

리키 파울러(미국)와 매킬로이는 나란히 14언더파 270타를 쳐 공동 4위에 올랐다. 파울러는 페덱스컵 랭킹 3위, 매킬로이는 11위로 투어챔피언십에 진출했다. 최근 2개 대회 연속 커트 탈락하는 부진을 보였던 스피스는 공동 13위(11언더파 273타)를 기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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