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승용차 등 점유율 확대 수혜 누릴 것"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인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배기가스 관련 대규모 리콜 명령을 받은 가운데 증권가에선 현대기아차그룹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리콜 조치로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그동안 인센티브 지출을 확대하며 점유율을 수성해온 현대기아차그룹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이 미국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했다며, 이에 해당하는 폭스바겐 디젤 차량에 대해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는 배기가스 조작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지 이틀 만에 나온 결정이다.
구체적 리콜 사유는 배기가스 정기검사 때만 유해 배기가스 배출 저감시스템을 가동하고 평소 운행 시에는 시스템 가동을 중단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연비가 크게 향상되도록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EPA가 판매 중단을 내린 차량은 폭스바겐의 주력 엔진인 4기통 TDI(터보직분사)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제타, 비틀, 아우디A3, 골프, 파사트 모델 등 약 48만2000대 규모다. 폭스바겐은 ?1월부터 8월까지 미국에서 약 40만3000대를 판매했고 이 중 디젤모델은 2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123억달러(한화 14조원)로 이번 리콜 비용, 판매 중단 손실, 배기가스 조작 벌금(최대 21조원)까지 합하면 이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문제의 디젤엔진 장착모델은 골프, 제타, 비틀 등으로 폴크스바겐 판매의 12~13%를 차지한다"며 "높은 디젤 엔진 기술력이 폴크스바겐 브랜드 인지도의 근간인 만큼 이번 이슈로 브랜드 가치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저가 기조, 인센티브 활용 등의 판매 정책을 펼쳐왔던 현대차그룹이 이번 판매 중단 조치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현대차그룹이 인센티브 지출을 확대하며 점유율을 수성하고 있었다는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 리콜 영향에 따른 점유율 경쟁 완화의 수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며 "폭스바겐 리콜이 이머징 시장으로 확대될 경우 더 큰 수혜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도 "폴크스바겐은 이번 판매 중단으로 미국 내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고 한국 등 기타 시장에서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승용부문에서 경쟁 중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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