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끝난 미국과 유럽 간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 ‘컨시드’ 논란이 있었다. 컨시드란 상대방의 볼이 홀 가까이에 붙었을 때 다음 퍼팅으로 무조건 홀에 들어간다고 보고 이를 들어간 것으로 간주해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신사도인 셈이다. 프로는 50㎝ 정도가 남으면 컨시드 거리다. ‘기브(give)!’ 혹은 ‘컨시드(concede)!’라고도 하고 ‘픽잇업(pick it up)!’이라고도 한다, 국내에서는 ‘오케이(OK)!’다.
이번 솔하임컵에서 미국대표로 출전한 재미동포 앨리슨 리는 17번홀에서 자신의 버디 퍼트가 홀을 45㎝가량 지나쳐서 멈추고, 상대 선수들이 다음 홀로 이동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컨시드를 받은 줄 알고 공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유럽팀의 수잔 페테르센이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벌타를 받아야 했다. 미국팀은 이 경기에서 2홀 차로 패했고 앨리슨 리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페테르센이 지나쳤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규칙은 규칙.
1969년 라이더컵에서 잭 니클라우스가 보여준 컨시드는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라이더컵은 미국과 유럽 간 남자 프로골프 대항전이다. 마지막날 마지막 매치 게임으로 미국의 잭 니클라우스와 영국의 토미 재클린이 맞붙었다. 그때까지 양팀이 무승부여서 이 게임에서 결판이 나게 돼 있었는데 17번홀까지 둘은 비기고 있었다. 마지막 18번홀 그린. 재클린의 공은 홀에서 120㎝를 남겨 놓고 있었고 니클라우스의 공은 약간 더 멀리 있었다. 니클라우스의 퍼팅이 홀로 빨려들어가자 미국 응원단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무승부는 확보한 것이었고, 재클린이 실패하면 미국이 우승한다. 그런데 니클라우스가 갑자기 재클린의 공을 집어들어버렸다. 컨시드를 준 것이다!
유럽팀을 비롯해 갤러리들은 멋진 양보에 환호했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오만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니클라우스는 29세, 재클린은 25세였다. 니클라우스는 나중에 “상대가 실패할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지만 실패도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니클라우스와 재클린은 골프 역사에 남은 위대한 이 컨시드를 기념해 2004년 플로리다 사라토사에 골프코스를 함께 디자인했다. 이름도 컨세션골프코스.
니클라우스의 양보는 역사에 남았지만 페테르센의 ‘까칠한’ 성격은 화를 불렀다. 미국팀은 분기투합하면서 그날 오후 싱글매치 대부분을 이기고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이럴 때 아마 골퍼들도 자주 하는 말, “오케이 줄 걸….”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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