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후반인 용과장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든 2008년 이후 자산운용사 등에 입사한 신세대들이다. 펀드매니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은 어느덧 대리 딱지를 떼고 과장급 직책을 맡기 시작했다. 위험을 겁내지 않고 매사를 도전적으로 대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어 용(勇) 과장으로 불린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이나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도구는 쓰레기통에 처박은 지 오래다.
오직 기업의 성장성을 최고의 선으로 여긴다. 성장주(株)와 수급이 뒷받침되는 급등주만 취급한다. 이들은 또 시장은 합리성 보다는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제약·바이오와 화장품 관련주로 최고의 수익을 올려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과거 같으면 리스크 때문에 제도권 운용사에서는 손도 대지 않을 종목을 편입해 고수익을 올린다.
반면 이들을 통솔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부장, 전무급 선임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버블(거품)에 대한 공포와 시장의 무서움을 아는 것이 죄라면 죄다.
때때로 용과장들의 위험한 행동에 딴지를 걸어보지만 시장은 되레 용과장들의 편에서 움직인다. 수조원의 자금이 이들 용과장들이 운용하는 펀드로 몰려든다. 수익률에 도취된 돈들은 또 다른 용과장을 찾아 나선다.
용과장들은 정말 용감한 것인가? 어떤 상황이 와도 겁내지 않는 기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과감성이 주 무기인 용과장들은 한 가지 특성이 있다. 위기를 겪어본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면에는 이런 경험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동차 운전을 갓 배워 재미를 붙인 초보 운전자들은 과감하다. 사고의 경험이 없거나 옆에서 지켜본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차를 몰아온 베테랑 운전자들은 다소 얌전하게, 조금 답답할 정도로 방어운전을 한다. 사고의 위험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위험한 게임의 종말을 경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장은 한시도 안정된 적이 없었다. 잔파도조차 없는 평온함을 유지하다가도 일순간에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 모든 것을 휩쓸어가기도 한다. 멀리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가깝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소리 없이 찾아오는 저승사자와 같았다.
'가치투자 대가'인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2011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거품 때 OCI가 65만원, 삼성엔지니어링이 28만원, LG화학이 58만원까지 갔습니다. 지금은 10분의 1 토막까지 났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대형주라 유통물량 ?많아 급락기에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바이오 화장품 등 중소형 성장주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이번 충격은 과거 차화정 때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수백 번, 수천 번이라도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비이성적인 광기에 휩싸인 장에서 빠져나오라고 투자자들에게 주문했다. 여의도 용과장들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할 시기가 더 빨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변관열 한경닷컴 증권금융팀장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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