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엔진 전쟁 30년…위기의 디젤] '조작' 어떻게 드러났나

입력 2015-09-23 18:00  

'클린 디젤=친환경' 증명하려던 미국 환경운동가 2인
주행시험 정반대 연구 결과에 '깜짝'



[ 나수지 기자 ] 폭스바겐의 배기가스량 조작 의혹은 지난해 두 명의 미국 환경운동가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존 저먼 선임연구원과 피터 모크 유럽담당이사는 지난해 초 디젤 차량 연비와 매연 배출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계획했다. 클린 디젤 차량이 환경친화적이면서 성능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도였다. 그들은 ‘디젤은 깨끗하다(diesel is clean)’는 폭스바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두 사람은 미 웨스트버지니아대 연구진과 손잡고 5만달러(약 6000만원)를 들여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시판 중인 일부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에서 시애틀까지 약 2000㎞를 시험 주행했다.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폭스바겐 디젤 차량은 법적 허용량의 35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을 내뿜었다. 배기가스 테스트 결과에선 발견되지 않았던 문제가 시험 주행에서 드러난 것이다. 저먼 연구원과 모크 이사는 그해 5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CARB는 ICCT의 보고를 받자마자 조사에 착수했고 폭스바겐에도 이를 통보했다.

폭스바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순한 기술적 오류일 뿐”이라고 발뺌하며 클린 디젤 차량 홍보를 계속했다. 지난해 11월까지도 미국 전역에서 TV 광고를 내보냈다. EPA와 CARB가 폭스바겐의 2016년 디젤 신형차 출시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압박하자 폭스바겐은 결국 지난달에야 조작을 실토했다.

저먼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연구를 진행하기 전까지)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량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 유럽 등에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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