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폭스바겐 '사기 디젤'로 전기차株 재조명…삼성SDI 수혜

입력 2015-09-24 14:47  

[ 권민경 기자 ] 독일 폭스바겐자동차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국내 증시에서는 전기차 관련주(株)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디젤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 주가는 폭스바겐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5.48% 올랐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1.14% 상승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유가증권시장에 올라있는 대표적인 전기차 관련주다.

두 회사 주가는 실적 부진과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최근 저조한 모습을 보이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알려진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의 4기통 터보직분사(TDI) 디젤엔진 탑재 차량에 대해 대규모 리콜 명령을 내렸다.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검사 시에만 배출저감장치를 작동해 연비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리콜 차종은 2009년 이후 출하된 '제타' '비틀' '아우디 A3' '골프'와 작년 이후 나온 '파사트' 등이다.

폭스바겐 측은 EPA의 리콜 명령이 내려진 지 이틀 만에 해당 모델에 대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사태로 지난 21일 장중 폭스바겐 주가는 19% 가까이 떨어져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30억 유로(한화 약 17조원)가 증발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른 폭스바겐 브랜드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회사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123억 달러(한화 14조원)였는데, 이번 리콜 비용과 판매 중단 손실,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벌금 등을 합치면 2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향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디젤 대신 전기차 생산과 판매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젤은 환경규제 부담이 큰 데다 이번 일로 소비자 신뢰 또한 추락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차량의 배출가스와 연비 측정방법 등이 강화될 전망이어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 사태는 미국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디젤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의심이 높아지면서 거꾸로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번 사태로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디젤차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라며 "장기적으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SDI와 LG화학이 적잖은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SDI 경우 전기차?배터리 생산 능력이 올해 4.7GWh에서 내년 7GWh까지 늘 것으로 예상돼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개선에 더해 폭스바겐 사태에 따른 긍정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생겼다"며 삼성SDI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에서 올해까지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주 누적 금액은 12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시차를 두고 매출에 반영될 것이어서 앞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긍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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