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재해석 (7)] 이상적인 스윙은 존재하는가?

입력 2015-09-24 18:49   수정 2017-05-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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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이상적이지 않은데
이상적 스윙하면 골병 들어
내 몸이 허락하는 스윙해야



레슨을 받아보면 ‘지적질’이 끊임없다. “움직이지 마세요, 머리 들지 마세요, 힘 빼세요….”

장비가 발달해서 지적질은 더 과학적(?)이고 꼼꼼하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이상적인 스윙을 따라 해야 한단다. 과연 이상적인 스윙이 존재하는가?

좋은 스윙 요소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구현되는 방식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립을 꽉 잡아서 파워풀한 스윙이 있고, 그립이 부드러워서 손목을 잘 쓰는 스윙이 있다. 업라이트해서 좋은 스윙이 있고, 플랫해서 좋은 스윙이 있다. 몰론 똑같은 이유로 나쁜 스윙이 되기도 한다. 불과 수십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아널드 파머,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의 스윙을 보라. 요즘 그렇게 치라고 가르치는 선생이 있을까 싶은 스윙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골프의 역사를 새롭게 쓴 전설적인 영웅들이다.

요즘의 스윙을 보자. 렉시 톰슨의 스윙을 가르치는 프로가 있을까. 폴라 크리머는 어떤가.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우리의 박인비를 보자. 고령(?)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크리스티 커는 어떤가. 심지어 황제 타이거 우즈! 원래도 표준적이지 않았던 스윙이지만 그조차도 자신의 스윙을 버렸다.

백번 양보해서 이상적인 스윙이 있다고 치자. 대(大)전제는 무엇인가? 이상적인 몸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몸은 찾아보기 힘들다. 몸이 이상적이지 않은데 이상적인 스윙을 가르치면 어찌 되나? 골병든다. 일시적으로 비슷한 모양새를 낼 수는 있겠지만 몸에 맞지 않는 명품 옷을 입은 듯 스윙은 끊임없이 불편할 것이다. ‘불편한 스윙’. 그것이 바로 ‘만병의 근원’이다.

게다가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이상적 스윙이 이상적인 몸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이상적인 스윙에 가까운 스윙을 가지고 있는 프로조차 늘 이상적인 샷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상적인 마음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에비앙마스터스에서 3라운드까지 이상적으로 샷을 했던 이미향 프로가 파이널 라운드에서 전혀 이상적이지 않은 샷으로 라운드를 망쳤던 장면을 떠올려 보라.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이상적 스윙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스윙을 찾아야 한다. 현재 우리의 몸이 허용하는 최적화된 스윙을 찾아야 한다. 신기루를 좇기보다 어쩌면 샷마다, 라운드마다 이상적인 마음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행복 골프’의 첩경일지도 모른다.

이상적인 몸은 꽤 오랜 꾸준함으로 얻어지는 결과다. 뱃살을 빼려고 산행을 하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 헬스클럽을 다니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골프는 골프만으로 얻어질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삶 전체로 대면해야 할 일을 몇 가지 기술적 지침으로 해결하려는 접근, 그 모든 노력이 허망해 보인다. 내 몸이 허락하는 스윙, 나만의 스윙으로 골프, 쉽고 편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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