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미국 정치권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입력 2015-09-24 18:58  

"나도 이민자 아들"…이민규제·기후변화 정면 거론

민감 이슈 부각에 민주 '환영'·공화 '속앓이'



[ 박수진 기자 ]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와 이민정책 등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정면 거론하며 미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진보 이슈가 부각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공화당은 파장에 촉각을 기울인 채 속앓이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교황이 미국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교황, 이민규제 반대의사 밝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미 사흘째인 2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시리아 난민사태를 언급하며 전쟁과 가난으로 이민을 택한 이들에 대한 지원, 기후변화와의 싸움, 종교적 극단주의 배척, 사형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전날 백악관 환영행사에 이어 기후변화와 이민자 문제 등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사회의 첨예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주저없이 의견을 밝히는 행보를 이어갔다.

교황은 이민자 문제와 관련, “국가 건설은 우리가 항상 다른 사람과 관계해야 함을 인식할 것을 요청한다”며 “호혜적 연대의식을 갖고 적대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유럽의 난민사태와 멕시코 등 미국의 중남미 이민자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항상 인도주의적이고 공정하게, 형제애를 갖고 대처해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전날에도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상당수 그런 가정으로 구성된 나라에 손님으로 와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건너온 이민자다.

교황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 행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며 “인간의 행위가 일으킨 환경 악화의 가장 심각한 결과를 막기 위해 용기있고 책임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의 많은 보수주의자가 기후변화는 단지 인류의 산업과 농업의 결과라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배출 규제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기후변화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교황은 또 미국이 세계 최대 무기 거래국인 점을 의식한 듯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팔리는 것은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사형제와 관련해서는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지구에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 “교황이 정치인처럼 행동” 비판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교황이 (기후변화 대응활동의) 중대한 전환점을 조성하도록 도왔다”고 환영했다. 애덤 시프 하원의원(캘리포니아·민주당)은 교황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리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백악관 행사에 대해 “정치인과 종교인이 만나 미래를 위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화당 쪽은 교황의 ‘진보적 발언’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교황 변수가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화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은 교황에 반발했을 때 우려되는 역풍을 감안, 드러내놓고 비판하지 못했지만 일각에선 돌발 반응도 나왔다.

폴 고사 하원의원(애리조나·공화당)은 “교황이 좌파 정치인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극우 방송인 러시 림보 역시 교황을 “순수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교황의 발언에 대해 의회 전문지 더힐은 “교황이 미 정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25일 뉴욕으로 이동, 유엔총회에서 연설한다. 이어 26~27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가족대회에 참석한 뒤 바티칸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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