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별’ 화성은 SF소설·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 단초를 연 것이 H G 웰스의 ‘우주전쟁’(1897)이다. 이 소설을 각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2005)은 화성에서 온 다리 셋 달린 괴물에 의한 인류 절멸의 위기를 그렸다. 1938년 배우 겸 감독 오슨 웰스가 이 소설을 핼러윈데이 CBS 라디오극으로 연출해 대혼란을 빚었다. 실제 상황인 줄 알고 100만명이 피난 가고 60명 넘게 자살했다. 이 일로 웰스는 법정에까지 섰다.
이외에도 팀 버튼의 ‘화성침공’(1996),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 ‘토탈리콜’(1990)을 비롯해 ‘레드 플래닛’, ‘미션 투 마스’(이상 2000), ‘화성의 유령들’(2002)도 있다. 이들 영화는 화성인의 지구 침략, 화성에 식민지 건설, 미지 생명체의 공격 등을 다뤘다. 즉, 화성에 뭔가 살고 있다는 전제다. 그 덕에 화성인을 뜻하는 ‘마션(martian)’은 사전에도 올랐다.
화성의 고등 생명체 가설은 19세기 말 제기됐다.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망원경으로 화성에서 수로(카날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SF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운하를 퓬냘?정도의 화성인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다. 물론 입증된 것은 전혀 없다.
화성은 지름이 지구의 절반, 중력은 3분의 1 정도다. 하루가 24시간37분으로 지구와 비슷하고 지축이 25.19도 기울어 사계절도 있다. 다만 1년이 687일이고 대기가 희박(지구의 0.75%)하며 그나마 96%가 이산화탄소다. 기온이 영하 143도~영상 35도, 평균 영하 63도여서 고등 생명체가 살 만한 조건은 못 된다.
그럼에도 화성 생명체 가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극지방에 엄연히 빙하가 존재하고 오래전 강과 바다가 있었던 흔적 때문이다. 이 사실도 40여회에 달하는 무인탐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그런 화성에서 물이 사라진 것은 소행성 충돌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성 남반구엔 깊이 7000m, 지름 2300㎞에 달하는 거대한 충돌 분화구(헬라스 분지)가 있다.
추석 연휴 중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흐른다는 증거를 발견해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염류를 포함한 소금물 개천이어서 박테리아 수준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NASA 발표일이 영화 ‘마션’ 개봉일과 겹쳐 오비이락의 의혹도 사고 있다. 수백억달러가 드는 우주탐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외계생명체가 확인된다면 과학사의 일대 진일보가 될 것이다. 2020년 발사할 탐사선 ‘로버’가 궁금증을 풀어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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