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태윤 기자 ] 지난 24일 국민대에서 열린 K기업의 채용설명회장. 시작 시간인 오후 2시가 넘었지만 150석 규모인 강당에 모인 사람은 일곱 명에 불과했다. 채용담당자도 민망했던지 연신 헛기침을 하며 시작을 늦췄다. 행사는 상당 부분 동영상으로 대체됐다.
지난 9일 서울대에서 열린 채용박람회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학교 측은 153개 회사의 채용부스를 준비했으나 5분의 1이 넘는 40여개사의 부스가 텅 비었다. 수업도 빠진 채 채용박람회장을 찾은 학생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공직 채용박람회에서 외교부가 개최한 국립외교원 입학 설명회엔 참석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다. 입학 대상자인 대졸자나 예정자는 거의 없었다.
본격적인 채용 시즌을 맞아 이틀이 멀다 하고 채용행사가 열리고 있다. 9월 한 달간 열린 채용박람회만 어림잡아 31개에 이른다. 하루에 한 개꼴이다. 서울 지역 7개 대학이 각각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 10개사 인사담당자를 불러 지역순회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현대자동차, SK그룹, 신세계그룹, 신한은행 등 기업들도 자체 채용 낯炸만?갖고 입사 희망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다양한 채용행사를 열었다. 송도 마이스박람회, 부산·울산·경남 일자리박람회, 여수 취·창업박람회, 창원 특성화고 채용박람회, 울산 일자리박람회, 세종시 채용박람회, 대전·충남 벤처 채용박람회, 구리 4050채용박람회, 양주 지역희망 박람회, 연천 현장맞춤형 채용박람회 등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박람회가 열렸다.
한 달간 워낙 많은 채용행사가 열려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다 보니 꼭 필요한 맞춤형 정보보다는 엇비슷한 채용정보만 얻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구직자들은 입을 모은다.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는 ‘뻔한’ 채용정보를 듣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각종 취업·창업박람회 관련 예산을 한데 모아 규모를 키우거나 개최 시기를 달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행사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공태윤 산업부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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