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 반토막 난 '1조짜리 송도 땅'의 굴욕

입력 2015-09-29 19:04  

옛 대우차판매 부지 경매가 2500억대로 '뚝'

4차례 유찰…무슨 일이
무비파크 무산 후 경매 진행
25개 필지 일괄매입 부담에 테마파크 개발 용도로 묶여
투자자 안 나서며 잇단 유찰



[ 김인완 기자 ] 법원경매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감정가를 기록한 인천 송도유원지 일대 옛 대우자동차판매(주) 부지가 잇단 경매 유찰로 2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29일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인천연수구 옥련동·동춘동 일대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25개 필지(92만6000㎡)는 최저 매각가격 1조481억원에 작년 12월 법원경매에 나왔다. 감정가 1조원이 넘는 물건이 법원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법원경매 역대 최고가는 2007년 서울 중구 을지로 청대문빌딩이 기록한 4418억원이었다.

현재까지 네 차례 경매가 진행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지난 21일 4차 경매에서는 최저 가격이 3595억원으로 감정가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응찰자는 없었다. 경매가 진행될 때마다 매번 최저가의 30%씩 경매가격이 떨어졌다. 인천지법은 4차 경매 최저가보다 30% 내린 2516억원을 최저가격으로 11월2일 5차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땅은 송도국제도시와 适▤?옛 송도유원지 일대 땅으로 투자 메리트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25개 필지를 일괄 매입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토지 용도가 테마파크 조성을 조건으로 한 도시개발사업지구로 제한돼 있어 투자자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테마파크 없이 상업용지로 용도를 변경하면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인천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이 땅은 원래 대우그룹 소유였다. 대우그룹은 1997년 송도유원지 일대를 그룹 본사가 이전할 수 있는 상업·준주거지로 용도변경해주면 개발이익으로 세계적인 영상테마파크를 설치하겠다고 인천시에 제안, 인천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2001년 대우그룹 해체로 소유권이 대우자동차판매로 이전됐고, 대우자동차판매는 2008년 12월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기공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후 이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 이어 작년 8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으며 파산관재인이 이 땅을 관리하고 있다.

테마파크 조성 계획이 물거품이 되자 채권단의 일원인 PIA송도개발(주)은 이 땅에 대해 경매를 신청했다. 채권단과 별도로 파산관재인도 채권단의 경매가 계속 유찰되자 토지 매각을 추진했다. 파산관재인은 부산에 본사를 둔 부동산개발업체 대원플러스와 3150억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대원 측은 계약금 315억원을 납부했지만 잔금 납부 기한인 9월15일을 지키지 못했다.

채권단은 대원 측이 11월 5차 경매 이전까지 잔금을 치르지 않고 5차 경매에서 새로운 낙찰자가 나타난다면 대원과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낙찰자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5차 경매 낙찰금액이 대원 측과 계약한 3150占編릿?낮은 금액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채권단이 현금화를 앞당길 수 있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천시는 해당 부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특혜 시비에 휘말리면 안 된다는 방침 아래 사태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최종 토지 소유권자가 테마파크 개발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시에 제출하면 이른 시일 안에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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