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석 연휴 기간 김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전화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률 ▲당 내부 논의없는 결정 등 5가지 이유를 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그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당 대표의 현역 의원 줄세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만큼 정치개혁 명분과는 동떨어진 데다 김 대표가 사실상 공천권을 독식하는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아울러 친박계가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경우 내년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당내 기반이 급격히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의 계파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나아가 당청관계가 자연스레 악화하면서 결국 개혁·경제활성화 관련 입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공개 비판은 자제해왔다.
이달 중순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서청원 의원이 잇따라 오픈프라이머리에 제동을 걸면서 계파갈등 재연 조짐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곧바로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발(發) 친박 자제령'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매개로 처음으로 김 대표를 작심하고 비판한 것은 총선 공천룰이 김 대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오픈프라이머리 문제가 그동안 당내 갈등이나 논란 수준으로만 진행돼 왔지만 급기야 여야 대표가 합의문까지 발표할 정도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청와대의 대응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실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야 대표는 박 대통령의 유엔방문 기간인 지난 28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잠정 합의했고, 청와대는 박 대통령 귀국 당일인 이날 바로 별도의 예고없이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상하이 개헌발언'에 이어 김 대표가 재차 박 대통령의 외국 출장 도중 정치적 파급력이 엄청난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불만도 김 대표를 겨냥한 작심 비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청와대의 대응에는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설정한 '정치개혁'이라는 프레임을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깨뜨리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공천룰에 청와대가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안심번호 공천제가 굉장히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지는 것과 관련해 우려할 점을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대응이 이날 오후 새누리당의 의원총회를 목전에 두고 나왔다는 점에도 정치적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당 내부에 명확하게 알림으로써 친박계뿐 아니라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까지 결집시킴으로써 비박계 지도부가 주도하는 판을 흔들고 나아가 김 대표의 공천권 독식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김 대표가 공천 쿠데타를 하려 한다. 자기 마음대로 공천하겠다는 것인가" 등의 거센 반응이 나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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