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활발한 미국, T모바일·스프린트…임대폰 등 마케팅 경쟁
소비자 선택 폭 준 한국, 이통사 '붕어빵식' 서비스
과도한 규제로 혁신 위축
[ 안정락 기자 ] 애플은 최근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6s를 발표하며 단말기 교체비용을 줄여주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매달 일정 금액(아이폰6s 16기가바이트(GB) 기준 32.41달러)을 내면 1년마다 최신 아이폰으로 교체해주겠다는 것이다. 포화 상태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를 묶어 두려는 전략이다. 정보기술(IT)업계 전문가들은 “자존심 강한 애플이 처음으로 가격정책에 손을 댄 것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통신·휴대폰 시장 환경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와 중국의 저가 휴대폰 확산 등으로 글로벌 이동통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고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 경쟁 활발한 미국
버라이즌 등 미국의 주요 이통사는 최근 약정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요금 서비스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할부 정책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최근엔 월 10달러 이내의 금액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빌려 쓸 수 있는 제도까지 나왔다. T모바일의 ‘점프 온디맨드’와 스프린트의 ‘아이폰 포에버’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T모바일의 점프 온디맨드는 기존 단말기를 반납한 뒤 최소 월 5달러에 아이폰6s를 임차해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18개월이 지난 뒤 단말기를 반납하거나 일정액을 주고 살 수 있다. 스프린트는 최소 월 1달러에 아이폰6s를 빌려 쓸 수 있는 아이폰 포에버 프로그램으로 맞불을 놨다. 약정은 22개월로 좀 더 길지만, 월 1달러로 최신 아이폰을 쓸 수 있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도 시장을 지키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활발하다. 애플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내놓기 전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1달러만 내고 30일 동안 갤럭시S6엣지, 갤럭시S6엣지플러스, 갤럭시노트5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
○가격 경쟁 사라져가는 한국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지만 한국은 단통법 시행 이후 기업 간 경쟁이 줄어들며 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0월 아이폰6 출시 당시 선보였던 중고폰 선(先)보상 제도인 ‘제로클럽’ 같은 서비스도 이용자 차별이라는 이유로 폐지됐다. 미국 이통사들의 아이폰 임대 프로그램도 한국에서는 특정 단말기에만 적용하는 정책이란 이유로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규제하면서 통신사들의 서비스 혁신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의 선택과 이익을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들은 요금 경쟁 대신 붕어빵식 ‘미투 전략’만 고수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4~5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이 일제히 선보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월정액, 데이터 제공량 등 기본 구조가 거의 같았다. 또 최근 잇따라 내놓은 청소년·노인용 데이터 요금제 역시 일부 서비스만 추가했을 뿐 차별화는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이용자 차별이 크게 줄었다지만 결국 경쟁이 준 탓에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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