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공황상태로 빠져드는 전·월세시장

입력 2015-09-30 18:19   수정 2015-10-01 11:31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 박영신 기자 ] 전·월세시장이 공황상태를 보이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은 폭발 직전이다. ‘전세 난민’에 이어 ‘월세 난민’까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상황은 심각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부터 6년6개월간 서울 전셋값은 50%나 급등했다. 전국적으로도 47% 뛰었다.

월세가 붙지 않은 ‘완전 전셋집’은 물건 구경조차 힘들다. 집주인 대부분이 ‘반전셋집’으로 바꾸고 있어서다. 오르는 전셋값을 월세로 환산해서 30만~100만원 정도 받는다. 저소득 서민들에게 ‘반전세’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결국 저렴한 월셋집을 찾아 유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월세 시장, 백약이 무효?

이렇듯 ‘미친 전·월세시장’에 대해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약발은 ‘제로’였다. 추석 이후에도 정상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한데다 재건축 활성화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 등 전셋값 상승 요인이 줄줄이 버티고 있다. ‘전셋집 품귀 현상’은 이미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 이는 다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등 깊은 악순환에 빠진 모습이다.

국내 전셋값은 최근 4년간 오름세가 특히 가팔랐다. 그 결과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전국 평균 71.3%를 기록했다. 전세보증금 총액도 2010년 약 258조원에서 2014년 약 417조원으로 62% 증가했다. 가처분소득 증가분의 3.4배에 이른다. 소득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돈의 증가 속도보다 세 배나 높은 셈이다. 월세보증금 약 36조원까지 합치면 전·월세 보증금 총액은 약 453조원에 달한다. 전·월세 가구의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 비중은 같은 기간 30.4%에서 34.5%로 상승했다. 임차료 지출에 따른 서민들의 삶이 그만큼 고달파지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소득 대비 주거비가 25%를 넘으면 주거빈곤층으로 판단하고 국가가 보호에 나선다.

굳건한 공공주택 확대가 정답

전·월세시장에 대한 정부 대책은 지금까지 임기응변식 단기 대책으로 일관해온 측면이 강하다. 전·월세 자금을 빌려주면서 당장의 불을 끄는 데 집중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주장한다. 정부 여당은 ‘도입 직전 전·월셋값 폭등’ 등의 부작용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진영논리 다툼보다 장점을 살린 ‘탄력적 도입’을 권장한다. 선진국들도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전·월세 통계 마련 등 전·월세시장 인프라 구축도 필수다.

하지만 이들 대안이 궁극의 해법은 못된다. ‘흔들림 없는 공공주택 확대’와 ‘선진화된 공공주택 관리’만이 해답이다. 서?주거안정을 위한 ‘단기 대책’과 공공임대 확대정책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확실한 대안이다. 국내 전체 주택 대비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은 5.5% 수준이다. 2011년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1.5%의 절반 수준이다. 유럽은 20~30% 수준이다. 저소득층 주거안전망이 갖춰지면 민간주택 활성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품질과 가격경쟁시스템이 형성되고, 수요자들은 품질 중심의 주택 소비를 즐길 수 있다. 지금의 극한 고비를 현명하게 잘 넘기면 한국 주택시장도 이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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