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만 좇는 건 심심…ETF 설계 촘촘해졌다

입력 2015-09-30 18:25  

고배당주·저평가주 골라 담는 '스마트 베타' 상품 잇달아 출시
펀드와 전략은 비슷 수수료는 싸

퇴직연금 시장 커지면서 전략형 ETF 수요 늘어날 듯



[ 송형석 기자 ]
자산운용사들이 특정 성향의 주식만 골라 담는 전략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긴 호흡의 중장기 투자자들이 저렴한 수수료로 일반 주식형 펀드와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ETF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전략형 ETF 신상품 봇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1일 저평가 상태이면서도 변동성이 작고, 재무상태가 좋은 종목에 골라 투자하는 ‘TIGER 우량가치’ 펀드를 내놓았다. 한화자산운용도 최근 ‘스마트베타’라는 명칭을 붙인 ETF 3종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재무상태, 지배구조, 영업이익 등을 두루 고려해 편입 종목을 담는 ‘ARIRANG 스마트베타 Quality’, 단기 이익 전망이 좋은 종목에 집중하는 ‘ARIRANG 스마트베타 Momentum’, 예상 이익 대비 주가가 싼 종목을 추린 ‘ARIRANG 스마트베타 Value’ 등이다.

지금까지 국내 ETF시장의 대세는 코스피200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상품이었다. ‘ETF 빅3’로 불리는 ‘KODEX 200’(지수 정방향 추종)과 ‘KODEX 레버리지’(지수 변동성 두 배 추종), ‘KODEX 인버스’(지수 역방향 추종) 등이 ETF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1~2년 안에 ‘스마트 베타 상품’으로 불리는 전략형 ETF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주식형 펀드와 운용 전략이 비슷하면서도 수수료가 싼 ETF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추세를 감안한 분석이다. 사봉하 한화자산운용 ETF 파트장은 “전략 ETF의 수수료는 일반 주식형 펀드의 3분의 1 이하”라며 “요즘처럼 증시가 움직이지 않는 국면에선 수수료가 싼 상품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ETF 시대 성큼

미국에서 스마트 베타 ETF 시장을 선도하는 주체는 연기금이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인 캘퍼스가 스마트 베타 ETF에 투입한 자금은 30조원에 달한다. 보수가 비싼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 일반 주식형 펀드에 넣었던 자금을 ETF로 옮겼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연기금들의 투자패턴도 미국과 비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이 -4% 안팎으로 저조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는 것도 전략형 ETF 수요 증가를 예상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퇴직연금은 투자기간이 20~30년에 달하는 초장기 상품이다. 매년 1~2%씩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고 가정하면 퇴직 시점엔 받을 수 있는 자금이 30~40%가량 늘어난다. 현재 퇴직연금 상품에 ETF를 담을 수 있도록 허용한 곳은 KDB대우증권 한 곳뿐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다른 증권사들도 ETF를 퇴직연금용 상품군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고재현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팀장은 “지난 7월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위험자산을 70%까지 담을 수 있도록 연금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ETF를 퇴직연금 계좌에 자유롭게 담을 수 있게 됐다”며 “시스템이 갖춰지는 내년부터는 퇴직연금 투자자들에게도 스마트 베타 ETF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베타 ETF

특정 성향의 주식만 골라서 편입하는 ETF. 지수 움직임 이상의 수익(알파)을 추구하는 주식형 펀드와 지수 상승폭과 같은 수익(베타)을 노리는 ETF의 장점을 합해놓은 상품이다. 연 0.4% 안팎의 저렴한 수수료로 알파펀드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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