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에도 대한민국 국군 자부심 지키죠"

입력 2015-09-30 18:37  

남극기지 이기영 해군 상사

지난해 11월 월동대원으로 파견
보급품 수송·기지 주변 순찰 맡아



[ 최승욱 기자 ] “단 하루의 휴가도 없고, 파견 기간엔 가족과 만날 수 없지만 남극 대륙의 유일한 대한민국 국군이라는 자부심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남극 세종과학기지 제28차 월동대원 17명 중 해상안전담당으로 선발된 해군 해난구조대(SSU) 소속 이기영 상사(39·사진)가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밝힌 각오다.

해군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남극대륙에서 연구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는 이 상사의 생활을 이날 소개했다. 남극은 여름철에도 평균 기온이 0도 이하다.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은 1년 내내 기온이 영하라서 콘크리트가 굳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두를 건설할 수 없어 선박 접안도 불가능하다. 이 상사는 바다가 얼지 않는 11월부터 2월까지 고무보트와 바지선으로 보급품을 수송하고, 국내 연구원의 기지 방문 등 연구활동을 지원한다. 여름철이라 해도 해수온도가 영하 2도로 극히 낮은 데다 파도 높이가 3~4m를 넘는 날이 대부분이다. 기상이 좋다고 예상되는 사나흘 동안 집중적으로 보급품을 옮겨야 한? 고무보트로 유빙을 밀어내며 작업하다보면 하루에 겨우 두세 시간 눈을 붙이기 일쑤다. 겨울철이라고 쉴 수도 없다.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혹한과 눈폭풍 속에서 하루 수차례 기지 주변을 순찰해야 한다.

이 상사는 “기지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새기며 극한의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평소 훈련받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수시로 마인드 컨트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파견 임무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인 이 상사는 1995년 해군 부사관후보생 157기로 임관했다. 1998년 여수 북한 반잠수정 인양, 2010년 천안함 인양, 2014년 세월호 참사 실종자 수색 등에 참여했다.

해군은 2009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특수전여단(UDT) 대원을 파견한 이후 해마다 고무보트 운용과 잠수 능력을 갖춘 UDT 또는 SSU 대원 1명을 세종과학기지 월동대원으로 파견하고 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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