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서 서울대 경영대 출신 찾아보기 어렵다는 우려 알아
경영학+공학 시너지 효과 커…공대와 공동 교과 개설 논의
'을(乙)' 체험하는 인턴십 계획도
[ 오형주 기자 ] 최근 대학가에선 공학 수업을 듣기 위해 공과대학을 찾는 문과생이 늘어나고 있다. ▶본지 4월17일자 A1면 참조
극심한 취업난과 창업·소프트웨어(SW) 열풍으로 컴퓨터공학 등을 배우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영대와 공대는 문과생들의 공학 전공수업 진입장벽을 낮추고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익현 서울대 경영대 학장(사진)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영대와 공대가 함께 학부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단과대가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당시 남 학장은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을 만나 문과생을 위한 공학수업 개설 등의 방 횬?제안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올해 1월 서울대 경영대 학장에 취임한 그는 “서울대 경영대는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 모여드는 곳이지만 과연 경영학이 그에 걸맞은 학문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위기의식에서 경영학도들에게 공학 등 이공계 지식까지 섭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은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 간의 완전한 ‘이종교합’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남 학장은 “세계적으로 이공계 인재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 미국에서도 명문대 경영학석사(MBA)를 따고 월가로 가는 극소수를 빼놓고는 문과생들이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공대생들보다 취업하기가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993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유학 시절 실리콘밸리에서 생산관리를 전공하면서 학부 때 이공계 수업을 듣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며 “나중에 교수로 한국에 돌아와서도 청강이라도 해볼까 하고 이공계 수업을 기웃거렸다”고 돌아봤다.
그는 경영대·공대생이 주축이 된 벤처경영학과 학생들의 사례를 들며 경영학과 공학 간 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창업에 뛰어든 많은 경영대생이 공대생(엔지니어)과 동업하면서 전기전자·컴퓨터·기계공학 등 지식을 습득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영대와 공대 교수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첫 회의를 열고 경영대생 등 문과생을 위한 공학 수업 개설 등 방안을 논의했다.
남 학장은 “‘대기업에서 서울대 경영대 출신 신입사원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복수전공과 부전공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대의 입학정원은 130여명으로 각각 300여명이 넘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학생이 ‘을(乙)’의 입장에서 기업 현장을 체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턴십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남 학장은 “서울대생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집단 중 하나”라며 “공장의 생산현장이나 보험·증권사의 고객 세일즈 등 소위 ‘밑바닥 일’도 경험해봐야 나중에 진정 훌륭한 경영자가 될 자질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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