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시선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에 쏠리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증시 분위기를 반전시킬 뚜렷한 모멘텀(상승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사상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반등 트리거(촉매제)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으로 몰려올 중국인 관광객(유커)과 맞물려 위축돼 있던 소비 심리를 깨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도 유통, 화장품, 식음료 등의 소비주(株)를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 14일까지 사상 최대 할인…2만7000개 점포 참여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2주일 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2만7000개 점포가 참여하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했던 '코리아 그랜드세일'과 달리 내·외국인을 모두 대상으로 한다.
원래 블랙 프라이데이의 기원은 미국이다. 통상 미국은 추수감사절이 있는 11월 마지막 주에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린다. 이 시기 동안 미국의 유통업체들은 연간 매출의 20~40%를 달성, 장부가 흑자(Black)로 돌아선다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미국의 경우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 날 직후인 박싱데이까지 대규모 쇼핑 행사가 연일 이어진다.
정부가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를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한 건 좀처럼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에서 벗어난 뒤에도 소비 증가는 지지부진하고 가계 부채는 줄지 않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2%, 내년 1.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소비 흐름마저 악화되면 하반기 경기 회복 버팀목은 사실상 없어지는 셈. 이런 와중에 정부가 꺼내든 블랙 프라이데이는 최근 국내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중국인 관광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날짜가 중국 최대 휴일인 국경절 시작일과 겹쳐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판을 벌렸으니 손님이 와야 하는데, (블랙 프라이데이) 흥행 여부를 가르는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라며 "이들이 일단 들어와서 구경이라도 해야 지갑을 열 것이기 때문에 중국인 입국자 수가 얼마나 늘어날 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국경절 연휴 중국인 관광객 21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작년 국경절 연휴 당시보다 30% 증가한 규모다.
박 연구원은 "올해 중국인 관광객 소비지출액의 생산유발효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75%로 추정한다"며 "이는 2010년 0.5%보다 3.8배 증가한 것으로 중국인 관광객 파급 효과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국내 성장률을 약 0.2%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 유커·블랙 프라이데이, 소비주 강세 기대
중국인 관광객과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두 이벤트는 국내 증시에서 소비주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소비주의 경우 대외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데다 이벤트가 맞물리면서 시장 관심이 집중될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이슈와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는 소비주가 불안한 증시의 대안"이라며 "또 추석 연휴 이후에는 유난히 소비 관련주들의 강세가 두러지곤 했다"고 말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3분기 이익 모멘텀을 살펴봐도 내구소비재, 음식료, 담배 등 소비주가 수출주보다 견조하다"며 "블랙 프라이데이 시행에 따른 모멘텀 보유로 소비주 주가의 탄력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세계관광도시연합회(WTCF)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 장소는 면세점(70.8%)과 백화점(66%)이다. 반면 프랜차이즈(42.8%)나 아웃렛(36.5%) 같은 할인점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쇼핑 품목은 대부분 화장품과 일용품, 기념품 등으로 특히 화장품에 지갑을 많이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 求?quot;며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 수 회복과 맞춰 이들 기업의 가치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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