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업황 전망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주가 좀처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금리 하락기엔 순이자마진 하락으로 인해 순이자이익이 개선되기 어렵다.
금리는 은행 순이자마진과 직결되는데 은행의 금리감응자산과 금리감응부채 구조상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할수록 순이자마진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순이자이익은 은행의 수익 구성 항목을 전부 합한 총영업이익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순이자이익이 좋아지기 어렵다면 수익성은 개선되기 힘든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CD·ATM 등 예대업무 관련 수수료 인하 압박이 이어졌고 겸업화가 활성화되지 않는 등 수수료 수익 창출 기반이 부족했던 탓에 수수료이익도 제자리걸음이다.
◆각종 악재 반영된 ‘저평가’ 상태
비용 측면에서도 은행주엔 부정적 요소가 많다. 은행의 대표적인 비용은 판매관리비와 대손상각비가 있다. 고용시장의 노동경직성이 높은 은행업종의 성격상 경기 상황이나 수익성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판관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 ? 증시 침체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한 증권업계와 달리 은행권의 경우는 판관비율 관리가 쉽지 않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상승하던 대손상각비율이 2011년 이후 하향안정화를 보이고 있고 2014년부터 상당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장기적으로 경쟁이 심화된다는 점도 은행주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말 도입될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예대마진 등의 금리 경쟁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니즈 파악 및 신규 특화 비즈니스 창출, 틈새시장을 찾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존 은행들에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강화를 위한 계좌이동제 실시는 점진적으로 은행들의 조달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이들 요인은 은행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투자 측면에선 은행주의 매력도가 낮지 않다고 판단한다. 현 은행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7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미 부정적 요인들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주가 약세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우려에 따른 투자자들의 과도한 우려 및 이에 따른 수급 불안정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길게 보고 투자하는 은행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향후 금리 전망에 따라 은행주를 매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단기 금리 전망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편이다. 2012년 7월 이후 7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은행 평균 순이자마진은 약 55~60bp 하락했지만 매분기 6~7bp씩 급락하던 순이자마진이 올 3분기에는 하락 폭이 1bp 내외로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차례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된다 하더라도 추가 악화 폭은 2~3bp에 그칠 전망이다.
연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기준금리 인하 추세가 마무리되는 것만으로도 은행 순이자마진도 동반 안정화될 공산이 크다.
은행주의 또 다른 매력은 고배당주라는 점이다. 최근 정부당국의 은행 자율성·책임성 제고 방안 발표로 적정 자본을 유지한 은행에 대해선 금융위가 배당 자율화를 천명했다. 주요 은행주의 배당성향이 상향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물론 8월의 은행 자율성·책임성 제고 방안 발표 이후에도 정치권의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감독당국이 은행권에 수수료 인하를 독려하면서 금리·수수료 등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은 다소 낮아져 있는 상황이지만 배당만큼은 자율화될 여지가 높다.
올해 대신증권 유니버스은행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8% 정도인데 기업은행과 KB금융, DGB금융 등 일부 은행은 배당수익률이 3%대 중반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낮은 PBR로 인해 주가 하락 위험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투자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최정욱 < 대신증권 연구원 cuchoi@daish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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